brunch

매거진 한달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onik Mar 30. 2020

점심시간에 책 읽으러 갑니다.

40분 책 읽고 복귀 합니다.

회사원들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출근 후 법적으로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시간에도 회사의 상사 또는 직장 선배들과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밥 한번 먹자"

"식사 약속 있니?"등

출근 후 오전 시간에는 오늘의 점심 식사 파트너를 정하기 위해 수많은 메시지들이 오간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출근 후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눈 앞에 놓인 업무가 아니다. 바로 점심 메뉴이다.

오늘 뭘 먹지? 누구랑 먹을까?

딱 2가지 고민입니다. 누구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 오전 시간만큼 이보다 중요한 질문은 없다.

전날 또는 며칠 전에 약속이 잡힌 상태라면 고민이 없겠지만 약속이 없는 날에는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A : ㅇㅇ씨, 오늘 약속 있어?
B: 없습니다.
A:  같이 먹자, 뭐 먹을래?
B: 아무거나요.

그리고 마치 핸드폰에 연결된 블루투스처럼 수많은 쌍들이 점심을 위해 음식점으로 향한다. (구내식당 포함)




회사의 점심시간은 또 하나의 인맥관리 기회이다. 맡은 업무가 아니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점심시간에 밥을 같이 먹었다는 이유로 단번에 아는 사람이 된다. 대부분 직장 선배가 밥을 사면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리된다. 선배가 밥을 사면 센스 있는 후배는 커피를 산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일어난 이야기, 일어날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며 각자 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점심 식사를 몇 년간 해오면서 나는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자유롭게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는 상대에게 맞출 이야기를 매번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권위 있는 부장님과 팀장님이랑 밥을 먹는 날에는 밥을 먹은 것인지 말씀을 먹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긴장의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했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기로. 정확히 말하면 간단히 혼자 먹고 책을 읽으러 서점에 방문하기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책을 구입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서점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으러 오는 다른 직장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1인용 식탁에 앉았고 입구 쪽과 반대로 등을 돌리며 책을 읽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나도 책 읽으러 와야겠다. 점심시간에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따라할 필요가 없다. 사회 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억지로 만들 이유도 없없다.

지금부터 근무 시간 중 1시간은 나를 위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오직 나를 위해서 말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점심 시간에 서점을 가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평생 몰랐으면 한다.

나만의 비밀장소로 직장을 다니는 동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 얼마면 만족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