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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mos Jun 30. 2019

5. 장기 연애 해? 말어?

오랜 연애 끝에 남은 것들

장기 연애는 치명적이다. 좋은 의미에서 그리고 나쁜 의미에서 모두.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 10년 넘게 연애를 하고 30살이 넘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당시의 남자 친구가 나중에는 정말 그냥 오빠나 남동생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다른 지인의 지인은, 연애를 15년 동안 하고 곧 결혼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17살 때부터 만나기 시작했고, 가족, 친척에 팔촌까지 주위의 모든 사람이 두사람의 존재를 알 뿐만 아니라 명절 때마다 인사를 드리러 갈 정도로 끈끈하게 관계가 벌써부터 이어져 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끈끈한 가족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한 가족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둘은 절대 헤어져서는 안 되고,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변에는 장기 연애를 하고 결혼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10년을 사귀고도 헤어진 사람이 있다. 비율로 보면 장기 연애가 헤어지거나 결혼으로 가는 경우가 8:2 정도 되는 것 같다. 열 커플 중 여덟 커플은 헤어지는 것 같다. 나도 장기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케이스였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나 혼자만 연애 제일 오래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30대가 지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씩 물어보면 장기 연애를 한 사람이 꽤 많고, 다들 비슷한 과정을 겪기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대학교 1학년 (약 19살) 여름방학 때부터 만나 26정도에 취업을 하기 전에 헤어졌으니 약 8년간의 연애를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10월에 헤어지고 12월 말에 취직을 했었는데, 약 3개월 동안은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것 같았다.

연애 후반부에 들어서는 자주 다투었고, 더 이상 다투는 것조차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외로움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예전 생각에 약 1년간 후폭풍에 시달렸다.


'내가 왜 그랬을까?, ' '왜 그때 그런 심한 말을 했지?, ' '나 없이 못 살 것처럼 하더니?!, ' '나보다 괜찮은 사람 없을걸?, '그립다'까지 정말 오만가지 생각에 휩싸이고, 그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가끔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한 동안 힘들어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 그분은 다른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잘 지냈다.


한 번은 회사에서 회식이 있는 날이 었는데, 술을 많이 먹고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눈물이 울컥하고 쏟아졌다. 그 여자 친구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과 그리움이 커져서 눈물이 왈칵 났다. 한동안 화장실 빈칸에 들어가서 울면서 나오지 못했다. 혼자 엉엉 울고 있었는데, 다른 남자 선배가 옆칸에서 변기 위에 올라가 내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너 뭐하냐?'


'예전 여자 친구가 생각나서 너무 슬퍼서요...(엉엉)'


'실컷 울고 나와라...'


나는 너무 슬퍼서 계속 울다 한동안 나가지 못했다.  동안 너무 힘들고 슬펐다. 전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너무 분하기도 하고, 야속하고, 배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을 것이라고 되뇌고 되뇌었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다시 다투고, 짜증내고, 비슷한 문제로 다투는 것을 반복할 것이라고 억지로라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도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장기 연애를 하고 나서 남는 것은 경험과 습관이다. 그때 만났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고,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얻는다. 또한 상대방의 습관이 나의 말과 행동에 남아 나의 일부분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장기 연애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사소한 부분과 문제점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착하고 괜찮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짜증을 내고 예민한 점이 있었다.. 고집도 세다는 걸 알았다. 내가 예민 해질 때는 배가 고플 때다. 하지만, 가끔씩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밥 먹기 싫어서 굶다가 예민해져 있으면, 여자 친구에게 짜증을 내거나 표정이 안 좋은 상태로 말도 안 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우울한 편이었다. 친 아버지의 사업 부도, 친부의 어머니에 대한 폭언과 폭력, 부모님의 이혼 등 어렸을 적 가정이 안정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런 환경을 탓하기는 싫지만, 어느 정도 나의 우울한 성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그런 성격이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장기 연애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연애를 하지 않고 혼자서 우울함에 쌓여 있었다면,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을 평생 몰랐을 것 같다. 그런 우울한 성격을 받아주며 약 8년을 만난 전 여자 친구도 대단하다. 워낙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고, 속 터지도록 참았을 것이다. 그녀의 한없이 밝은 성격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어두운 먹구름이 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나의 행동과 말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행동과 말을 조심해서 그리고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깨달음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습관.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한 사람의 습관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애에 있어서도 개인의 인생과 상대방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말과 행동이 습관이 되어 그 사람을 형성하게 된다. 8년간의 장기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긍정적인 행동과 말을 하는 습관을 조금 배울 수 있었다. 세상 어두운 기운은 다 가지고 있었던 내가, 세상에는 어두운 면뿐만 아니라 밝은 면도 있으며, 밝은 면은 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8년 보다는 짧지만 꽤 오랜 기간 연애를 했었다.


장기 연애를 하면서 배운 점이 무엇인 줄 아는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이 사람 심리이다. 불안해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 신경 쓰지를 않았다. 무책임한 면이 있었다.


오랜 기간의 연애를 하면서, 금요일이나 주말에는 데이트를 위해 비워 둬, 회식이 끝나면 집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남기고, 약속이 생기면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도록 미리 알려주라고 말하는 매너를 배웠던 것 같다. 연애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때 제대로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장기 연애를 하는 동안 옷 입는 스타일도 그 사람에게 맞게 변했다. 최대한 심플한 색깔의 옷을 입거나, 흰 셔츠 혹은 푸른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등등. 지금은 검은 옷, 흰색 옷만 입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장기 연애한 것을 후회한다고 묻는 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장기 연애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배울 수 있고, 상대방의 좋은 점도 배울 수 있으며, 누간가와 그만큼 신뢰를 쌓아간다는 느낌은 그 어떤 것 보다 안정적이고 좋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래 만남을 가지면서 소홀해지거나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두 사람 간의 신뢰를 깬다면 그만큼 상처되는 것도 없다...


결론은 연애를 짧게 하는 것의 장점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누군가를 만나면서 나에 대해서 알고,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가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결혼을 해서도 모르는 것이 사람 속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나에게는 어떤 사람이 잘 맞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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