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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yory Jan 12. 2023

ONLY JOY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저녁.

밥을 먹기 전에 혼자서 조금 걸었다.

걷고 있는데 갑자기 찬바람이 훅 끼치더니 눈이 펑펑.

그나마 다행인 건 모자 달린 옷을 입고 나왔다는 것뿐이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처음 걷는 길이라 주변을 살피면서 발걸음을 옮겼는데 문득 누군가 생각이 났다.

그 사람도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투명한 유리창 너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보였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윽한 조명과 공간을 채우는 음악까지.

그쪽에서 바라보는 이쪽은 어땠을까?

내리는 눈을 흠뻑 맞으면서, 머리와 어깨에 눈이 수북하게 쌓인 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토록 아름답고 외로운 도시에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속상하다가도,

한편으론 기뻤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눈이 내렸다.

커다랗고 하얀 눈이.


 그날 저녁. 나는,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기쁨이 막 차오르고 있었고, 그 기쁨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때 나는 기쁨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때 나는 확실히 기쁨이었다.


Moerenuma Park, Sapporo, Japa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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