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기
이곳의 사람들은 대화의 처음과 끝에 고맙다는 말을 자주 붙였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었고,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에도
테이블에 컵을 내려두거나 계산을 하려고 내민 카드를 다시 돌려줄 때처럼
작은 몸짓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것 같아서 수시로 행복해졌다.
이곳의 말을 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르는 나는
많은 순간 벙어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반짝이는 한 번의 눈빛이.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나의 몸짓이 더욱 커다란 의미가 되어줄 거라고 믿으니까.
후라노에서 만난 아저씨는 오늘 어디로 가냐고, 이곳엔 언제 왔느냐고.
언제 돌아가냐고 이것저것 물어본 후에,
마지막으로는 길이 많이 미끄러우니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파파고(번역기 앱)를 통해 해주셨다.
나도 보답의 의미로 날이 추우니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둘은 모두 기분이 환하게 번졌다.
서로를 마주보고 누가 더 인사를 많이 하는지 내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꾸벅꾸벅, 계속 인사를 주고 받았다.
한 번 밖에 마주치지 않은 사람이지만, 앞으로 종종 그리워질 것 같다.
오른쪽(みぎ)과 왼쪽 (ひだり)의 방향을 수시로 확인하고,
한 개(ひとつ)와 두 개(ふたつ) 를 온전하게 새겼던 나날들.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 다시 닿을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이곳에서의 일상 또한 부지런히 살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