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믿는 일
이번에 삿포로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정말 쉴 틈 없이 눈이 내리는 거예요.
겨울이니까 눈이 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
이상 기후도 있고 지구 온난화도 있고.
원래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던 현상들이,
이제는 조금씩 오차가 생겨나고 있거든요.
계절에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그냥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당장 눈앞에 문제가 없으니 사람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더 무섭기도 하고요.
어쨌든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예요.
어딜 가나 눈이 펑펑 내리고, 또 조금만 외곽으로
작은 동네로 가면 아무도 밟지 않는 넓은 땅에
하얀 눈이 아주 두껍고 폭신폭신하게 한가득 쌓여있었어요.
이런 장면을 만나러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흰 눈에 가려서, 그 아래에는 어떤 위험한 것(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묻혀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눈은 말캉하고 부드러우면서 딱딱하지 않으니까
그 위로 뛰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저는 주저없이 그 위로 몸을 던졌고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기쁨과 행복이 생겨났어요.
물론 위험한 일이죠. 알 수 없는 곳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
근데 눈속에 한참을 누워있었는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 우리가 사는 매일매일이 눈속에 몸을 던지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요.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데. 괜찮을 거야! 하는 희망과 뾰족한 게 들어있으면 어쩌지? 하는
작은 걱정 같은 것들이 섞인채 온 몸으로 그걸 받아들이고 부딪히면서 매순간을 살아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삶을 살아내는 우리의 태도가,
조금은 더 무모하고 또 용기있는 쪽으로 향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알 수 없어서 무섭지만, 알 수 없기에 더욱 기대되는 나날들.
남김없이, 아낌없이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 같이. 힘껏 몸을 던져봐요.
겁 먹지 말고, 힘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