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연
나는 아이슬란드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이슬란드에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님과, 아는 동생 한 명과 모르는 사람 다섯 명.
우리는 총 여덟이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떠나는 여행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지만, 그만큼 색다르고 설렜다.
서로의 이름과 나이를 묻고, 취향과 관심사 또는 기억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가 한 두 군데쯤은 있을 텐데
내겐 그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아주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빙하가 가득하고 아무것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아름다운 나라
수년 전 '나만 위로할 것'이라고 하는 '김동영'작가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 이 나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작가님을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지금은 아주 우연히 어쩌다 마주치면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인생은 정말 길게 살고 볼 일.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
이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글을 읽고 그 글을 지은 사람을 만나면, 책을 만지며 느꼈던 종이의 질감이나 향이
그 작가에게서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느낌을 받는데. 2017년 겨울,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이 사람과 헤어지는 일.
이러한 일들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어진 상황을 직면하는 것밖에는
달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에서도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람할 수밖에 없는 존재 같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일 년 전에는 아이슬란드에 있었다는 이야기고
아이슬란드에 다녀와서 그곳을 기억하며 적어두었던 글을 이곳에 공유하려 한다.
아이슬란드에는 링로드(Ring Road)라고 불리는 1번 국도(Route)가 있어요.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달리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아지는 신기한 길이기도 해요.
시작과 끝이 한 점에 놓인 곳이라 해야 할까요. 운전을 하면서 가끔 멍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길의 맨 끝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길 쪽으로 시선을 옮겼어요.
그럼 모든 것들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변했거든요.
그게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어요.
멀리 보면, 느려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 도착하나, 언제 가닿을 수 있나, 하고 걱정 같은 걸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영원히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내가 지도 위에 그린 원처럼 조금 더 커다란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시간을 관통하여 성장하는 일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두근거렸고, 이불처럼 펼쳐진 오로라 앞에서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파아랗게 얼어버린 빙하는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고요.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