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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용 Apr 25. 2021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_ 김신지

이 책을 읽고 매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날 있었던 일이나 느꼈던 감정을 4월 2일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쓰고 있다. 쓰고 싶은 마음이 필요해 읽었는데, 그 효과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매일'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하면 큰일이 된다. 안이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발췌


8

어떤 하루의 끝에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한테 중요한 것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다른 데 신경쓰느라 불행해지고 만다는.


이런 마음을 내내 안고 살지 않으려면

나한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잊지 않도록 어디든 적어두어야 했습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순 없으니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더 중요해지고, 덜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해지겠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겪게 딥니다. 하루가 촘촘해질 테니까요. 


22

오랫동안 한 자리에 쌓여온 시간에 감탄하는 것. 그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남겨둔 한 사람의 성실함에 감탄하는 것. 일기의 대단한 점은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하루치는 시시하지만 1년이 되면 귀해지는 것. 


23

매일의 나의 역사입니다. 해가 뜨면 시작되고, 자정이 되면 사라져버리는 '오늘'이라는 시간. 어쩌면 할아버지들은 삶의 비밀을 일찍이 알아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삶으로부터 받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35

매일 쓰기의 함정은 매일 써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38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해내면, 일상에 먼지처럼 떠돌던 불안감 -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 이 점차 사라집니다. 일을 미루거나 해야 할 일로부터 늘 도망치는 사람이 평생 느껴온 자책감,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무력감도 희미해지고요. 


무엇보다 스스로의 꾸준함을 비로소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적어도 '하루 한 줄씩 일기 쓰기'를 실천할 만한 꾸준함이 있다면, 다른 것도 비슷하게 해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뿐인데 자신을 믿게 된다니, 일기는 아무래도 놀랍습니다. 


43

어른은 누구나 낮 동안 적당히 잘 지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일기장 앞에 다다라서야 한숨을 쉬듯 나오는 마음이 있지요.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귀 기울인다는 얘기입니다. 낮 동안 적당한 곳에 숨겨두었던 마음을 일기장은 다 들어주니까요. 사회적인 자아가 활동하는 낮 시간에는 거추장스러운 감정 같은 건 밀어두게 됩니다. 당장 눈앞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웃는 낯으로 마주해야 하는 타자들이 있을 때, 마음일랑 감추는 게 유리하니까요. 


46

'나한테는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가 없다'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나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면 된다는 사실을요.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안 보이던 내 감정이나 문제가 점점 언어를 갖고 선명해질 때가 있지요. 말하는 중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마음도 있고요. 일기는 그렇게 내가 말하고 들어주는 대화인 셈입니다. 


48

여태 쓸 줄 모르던 마음을, 쓰지 못하던 마음을 어느 날 갑자기 잘 쓰게 되진 않는 것이다. 


91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계절을 남겨두면 뭐가 좋으냐고요.

기분이 좋습니다. 내게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106

그러니 여러분에게 닿은 좋은 말을 믿으세요. 사정도 모른채 쉽게 하는 충고는 잊고, 상처 되는 말은 접어두고, 듣는 순간 여러분을 조금쯤 쑥스러워지게 했던 그 좋은 말들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내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지 말고, 무엇이 될지 모를 씨앗이 있다고 믿으면서요. 


109

그래서 여기 이런 마음이 있다고, 방금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세상에 자꾸 그 마음을 말의 형태로 꺼내놓습니다. 말한 저도 잊고 들은 상대도 잊을지 몰라도, 그 순간에 그 말은 거기 존재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문득 지쳐 있던 한 사람을 기운 나게 할 수 있겠죠. 제가 딛고 일어섰던 많은 말들처럼요. 


124

저는 낙관주의자에요. 제가 행동할 거니까요.

작년 '올해의 문장'으로 삼았던 장혜영 의원의 말입니다. 


129

이 연구에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든 딴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순간의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경험한다는 사실이었다. 마음의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 때가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 최인철


132

영감은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오지 않습니다. 올 생각이 없거든요.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언제나 이쪽입니다. 영감은 우리가 일상으로부터 받아 적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받아 적는 거예요. 일상의 디테일을 '받아 쓰기' 한다는 기분으로 기록해보세요. 


135

제가 지금껏 청소에 대해 들은 말 중 가낭 와닿았고 도움 되었던 말은 '하루 5분만 집 안 어딘가를 청소하면 늘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다'라는 것이었어요. 


141

'몰라봤다.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사람과 행복하면 그게 성공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수건을 개다 말고 휴대폰의 노션 앱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제목의 노트에 이 문장을 추가했어요. 


153

내가 하는 일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연습은 '내 마음이 사로잡혔던 순간'을 찾는 게 아닐까요. 


211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무엇이든 기록해보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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