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Photo by Jéan Béller on Unsplash

제품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가끔 제품을 만든다. 그래 봐야 만들어진 제품에 그래픽을 입히는 정도인데 보통 '굿즈'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내가 만드는 건 요즘 유행하는 각종 콜라보 굿즈에 비하면 아주 마이너 한데, 그렇게 마이너 해도 나에게는 어려운 작업 중 하나다. 

디지털 그래픽보다는 인쇄작업이, 인쇄작업보다는 물성을 가지는 디자인이 더 어렵다. 어려워도 계속 만들다 보면 능숙해지는데 그런 일이 좀처럼 없고, 어쩌다 만드는 굿즈는 대부분 아쉬움이 남는다. 

물성을 가지는 디자인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이미지처럼 금세 휘발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진 않지만 내 주변에 계속 존재하며 누군가가 입는 옷으로, 사용하는 물건으로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작은 아쉬움을 뱉는다. 

최근 10주년 기념 굿즈로 무언가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퀄리티에 자신 없기도 했고, 10주년 만을 위한 일회성 굿즈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 이런저런 의견을 내었다. 무엇을 만들지 보다는 무엇으로 만드는지 (업사이클링을 하거나) 어떻게 쓰이는지를 (범용적 사용이 가능한지, 시간이 지나도 쓸 수 있는지) 더 고민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그 굿즈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굿즈를 만드는 일은 꽤 많은 품과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