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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용 Jul 14. 2023

회사회고

사진: Unsplash의66 north

이번 퇴사까지 합치면 대략 8번의 퇴사를 한 셈이다. 그만큼 다양한 회사를 다녀 보았으니 퇴사 회고가 아닌 회사 회고를 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어떤 회사를 다녔고 무엇이 좋았는지 기억을 더듬다 보면, 앞으로의 막막함도 좀 사라질 것 같았다. 

잦은 이직과 짧은 근속기간이 취업에 좋지 않다면 나의 최근 경력은 아주 처참한 수준인데, 그 이전에 다녔던 두 회사는 비교적 길게 각각 2년 8개월 동안 근무했었다. 두 회사는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영리와 비영리로 매우 다른 조직이었지만 '자율성'과 '공유'란 공통점이 있었다. 첫 회사는 클라이언트의 ok 사인만 받으면 내부적으론 나에게 디자인 결정권을 주었고, 그 외 시간엔 자율적으로 회사 네이버 카페에 이런저런 콘텐츠를 공유하는 일을  했다.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경험을 했고, 디자인은 시간당 인건비라는 개념을 실무를 통해 체득했다. 클라이언트 잡이라 갑을관계에 따라 끌려다니기도 했지만, 당시 대표님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작업을 드롭시켜 버리는 단호함을 발휘하곤 했다. 두 번째 회사는 인하우스이고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이라 업무 자체의 자율성이 높았다. 종종 현장에 나가 직접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책상에 온종일 앉아있는 것보단 이런 활동을 섞어주는 게 업무 밸런스에 좋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이곳에서도 디자인이나 사진을 SNS 에 직접 공유했는데, 다양한 반응을 보며 동기부여를 받았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매력을 알게 해 준 곳이기도 하다. 

근속 기간이 짧았던 곳들도, 나름 기억에 남는다. PPT 디자인과 템플릿 제작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며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figma 라는 새로운 디자인 툴을 배워 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매번 퇴사하는 게 힘들어 기간이 정해진 계약직으로 일을 하기도 하고, 주 3일 출근하는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기획자, 개발자와 협업하며 제품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도 회사를 다니고 싶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 가고 싶은 회사를 찾는 일도, 그들의 요구에 맞게 애매한 경력으로 나를 포장하는 일도 여전히 어렵다. 당장은 회사 밖에서 생존하는 나름의 루틴을 찾고 실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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