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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노력을 성과로 직결시키는 구조의 힘

by 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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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영위기에 빠졌던 무지(무인양품)는 모든 업무를 구조화하고 매뉴얼로 정리함으로써 그 위기를 극복했다. '무지그램'이라고 불리는 이 매뉴얼은 점포를 내거나 스태프를 교육할 때 사용되고, 매달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업데이트된다.


매뉴얼은 만드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뉴얼을 제대로 활용한 무지는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 노력의 목적을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절차를 위한 절차, 회의를 의한 회의에 매몰되기 쉽다.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낭비되는 것이다. 업무를 매뉴얼화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경험과 감은 매우 개인적인 역량이다. 매뉴얼화 한다고 모두가 같아지기도 힘들다. 하지만 무지는 이런 것들을 모아 매뉴얼을 만든다. '굳이 이런 것까지?' 싶은 것들을 모두 매뉴얼화 하려고 노력한다. 한편으론 이것이 개인의 경험과 감을 제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지는 표준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고 말한다. 일단 표준이 존재해야 실질적인 개선과 응용을 할 수 있으며, 그 것이 더 나은 경험과 감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매뉴얼을 매뉴얼하다.

실무에서 매뉴얼이 활용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만드는 것을 넘어 활용까지 가지 못했거나 정말 매뉴얼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다. 그런데 만약 매뉴얼이 정말 필요한 일인데 활용하지 못한 것이라면 어떨까? 매뉴얼을 포기하고 어렵고 불가능한 길을 선택해야 할까? 이럴 때 나는 매뉴얼을 매뉴얼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뉴얼을 버리지 말고 매뉴얼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지의 매뉴얼(무지그램)은 훌륭한 정보디자인 사례다. 나 역시 만드는 것을 넘어 널리 읽히고 활용되는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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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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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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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아주 사소한 곳에 깃들여 있다." 독일 출신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남긴 유명한 말이죠... 디테일에 매달리는 게 작품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업의 힘을 결정하는 것도 역시 디테일이고, 그것이 바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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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슬로건은 '실행 95퍼센트, 계획 5퍼센트'... 방향은 위에서 결정하고 방향이 결정되면 사원들이 실행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도록 몸을 가볍게 해둬야 합니다. 그 속도와 판단력은 구조를 통해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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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조를 만들면 실행력이 생길까?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 개개인의 뛰어난 지혜와 경험을 조직에 축적해 회사 임직원과 스태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습니다. / 표준을 정해놓으면 스스로 움직인다. 표준 없이 개선만 하려고 하면 갈팡질팡할 뿐입니다. 무슨 일이든 기본 없이는 응용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무질서한 창의력 연구는 힘이 되지 못합니다. 업무도 기본이 되는 표준을 정해놓으면, 사원은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응용해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업무의 본질을 되돌아볼 수 있다. 메뉴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평소 별생각 없이 해오던 일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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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보다, 모든 사원이 같은 작업을 하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하나가 됩니다. 일례로 <무지그램>의 '매장이 기초 지식'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매장이란,

무엇: 상품을 파는 곳

왜: 고객이 보기 쉽고 사기 쉬운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언제: 항상

누가: 모든 스태프


이처럼 시작 부분에 '무엇', '왜', '언제', '누가'의 네 가지 목적을 설명한 뒤에 매장 운영 노하우의 설명으로 들어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방적인 생각이야말로 개인의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풍토를 만들어버립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말하면 전해지는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말만 해서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습니다. 글로 명시해야 처음으로 의식화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것을 되풀이해 가르쳐야만 진정한 의미의 '체득'에 이를 수 있습니다.


79

위기관리법을 메뉴얼로 만들 때는 반드시 '구체적인 사례'와 '대처사례'를 넣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87

메뉴얼을 만듦으로써 지금까지 암묵적인 룰로 이루어지던 업무의 문제점이 보이게 됩니다.


98

'당하는 느낌'이 강한 업무는 몸에 붙지 않습니다. 딱딱하게 다가가 '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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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피터 드리커도 "인간 사회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변화다. 스스로 변혁할 수 없는 조직은 내일의 변화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리더의 책무는 팀원들이 다른 문화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123

무인양품에서는 사원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원 자신이 갖고 싶은 상품이라면 고객에게도 당당하게 권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고객이 만족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사원 자신의 만족으로 돌아옵니다.


130

저는 행동을 바꾸면 의식은 저절로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말이 없는 부하 직원에게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하고 싶다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거나 적극성을 격려하기보다 그 부하 직원이 매일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만 업무가 진행되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지요. 의식 개혁이란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일이 방식을 바꿈으로써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습니다.


141

우선은 '문제를 눈에 보이도록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풍토와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47

'마감을 정하지 않는 작업'은 업무라고 할 수 없습니다.


167

실행보다 절차를 중시하는 회사는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는 참가자가 능동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의를 위한 회의로 변질될지 어떨지는 구조에 달려 있습니다. 구조를 바꾸면 회의가 조직의 성장 엔진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172

메뉴얼대로 일하는 것을 수동적이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이 만든 메뉴얼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의 얘기입니다. 스스로 메뉴얼을 만들면 자신의 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점과 과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191

작업의 의미를 이해하면 문제점과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메뉴얼은 실행 능력을 키우는 텍스트이자,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가?'를 생각하기 위한 나침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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