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둘톡을 듣는데 웬 에세이 작가를 게스트로 모셨다고 했다. 책도 작가도 생소한 이름. 여둘톡에 가끔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대게 나올 법한 사람이었는데(이 사람은 나올만하지 싶은) 생판 모르겠는 사람을 초대했길래 누군가 싶었다. 김하나 작가가 우연히 집어든 에세이의 글이 너무 좋아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니다 해당 출판사와 연이 닿았고, 어찌어찌 작가분까지 모시게 되었다고 했다. 막상 들어보니 역시나. 여둘톡은 아무나 초대하지 않는다. 이 작가의 이야기가 묘하게 좋았다. 유쾌하고 거침없고 솔직했다. 작가의 입에서 반칙이라는 말이 나올 때는 울컥하기도 했고(무슨 맥락인지 직접 들어보시길) 만두 만들어주는 언니 이야기에 많이 웃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들었다. 자연스레 책도 사서 읽었는데 글은 말과 다른 느낌이라 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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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중 발췌
내 나이 15살, 서서히 앞을 보지 못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용하다는 무당이며 스님을 찾아다녔고 신비의 영약이라는 물도 찾아다녔지만 결국 시력을 잃고 말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매일 슬픔 속에서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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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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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입국 허가를 받기 위해 줄에 서 있을 때, 무전기를 들고 있던 어느 직원이 우리를 보고 말했다. "장애인들 저러고 다니는 거 창피하지도 않나?" 글에 남기지 않았지만 더 많은 거절과 더 많은 모욕과 조롱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이라는 걸 나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땀을 흘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다. 그 연장선상으로 내 인생의 경험을 적기 시작해 완성한 게 바로 이 책이다. 책을 쓰고 출판한다는 것 역시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썼으며, 결국 책이 나왔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내가 책을 쓰고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는 독자가 내 이야기를 읽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인생,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축제였다. 나의 축제 같은 삶을 모든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