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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여우책방, 들키고 싶은 비밀

여우책방 사람들 지음

by 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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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란 자고로 숨겨야 제맛 아닐까. 그렇게 숨기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라며 조금씩 들켜주는 맛이 비밀의 이유는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비밀에 대한 궁금증은 다분히 상대적이라 그 내용보다는 누구의 비밀인지, 내가 그 누구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나는 이 여우책방을 그리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건 에코페미니즘을 표방하는 과천의 작은 독립서점이라는 것과 녹색당에서 알게 된 어떤 좋은 느낌의 사람이 그 책방 멤버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별주막이라는 친환경? 막걸리 주점과 공간을 같이 쓰며, 주점이 잠든 낮 시간에 서점으로 운영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그 비밀이 그렇게 많이 궁금하진 않았지만, 내가 아는 책방 멤버의 좋은 느낌이 글에 묻어나와 책을 읽게 되었다. (뭔가 음성지원 되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으면서 그 누구에 대한 정보가 차곡차곡 쌓였다. 여우책방을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감동의 순간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2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마지막엔 비밀 총정리 페이지도 구성되어 있어 정말 들키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싶었다.


좋은 뜻을 가지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다 동네책방을 차리는 스토리는 평범했다. 하지만 그 책방을 2년 넘게 큰 문제 없이, 오히려 점점 단단하게 지속하는 과정은 특별했다. 그 비밀이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

요즘은 작심삼일도 좋으니 삼일만이라도 꾸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이라 여우책방이 그렇게 비밀을 들키고 싶어 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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