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모임에서 디자인은 '하기' 보다 '안 하기'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다고 거창하게 말했다. 왜 거창하냐면, 내가 디자이너로서 도달한 결론 같은 거라고 했긴 때문이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디자인을 안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디자인 '안 하기' 보다는 '멈추기'에 가까운 의미다. (디자인을 안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긴 하다)
디자인하기는 쉽다. 누구나 편한 디자인 툴을 열어 글씨와 그림을 배치하고, 각각의 위치나 크기, 색을 조절하며 디자인을 할 수 있다. 템플릿 사이트에서 괜찮은 디자인을 골라 글자만 바꾸어도 되고, ai 에게 한마디만 해도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어려운 것은 그렇게 시작한 디자인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다. 이 정도면 되었다를 판단하는 기준, 감각 같은 것이 중요하다. 이 디자인을 왜 만드는지 알고 그 목적에 맞는 지점을 귀신같이 알아내 스탑을 외쳐야 한다. 여러 제한 조건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