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창조, 전통 공간의 개념전환. 6
대덕의 과학기술개발 역량을 쪼개는 쪽으로 가버린 국가 전략
송산테크노파크를 차로 달리면서 머릿속에는 대전, 오송, 인천, 대구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 해 여름은 ‘첨단복합의료단지’ 선정으로 한국은 뜨거웠다. 대전시민은 대전이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소망을 비켜 갔다. 꼭 대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으로 지정되더라도 그것은 대한민국의 경제 자산이다.
산업과 지리(地理)는 맥락을 같이 한다. 해안선 움푹 들어간 해만(海灣)을 메우듯 우뚝 서 있는 포항제철, 수평선 시야를 가로막는 거대한 조선소, 선적을 기다리며 야적장 가득한 자동차, 세계 시장을 향해 출항을 기다리는 그 광경을 볼 때 한국인은 자부심을 느낀다. 경남.북에서 생산하는 철강, 조선, 자동차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자원을 수입하고 가공하여 다시 수출하는 한국의 산업전략에 포항과 울산, 거제도의 지리는 부합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가난한 시절에도 차관을 빌려 오고, 열정을 쏟아 국부를 만들었다. 집중하고 집약된 투자는 지역을 성장시켰고 고용을 창출했으며, 그 지역 기업과 산업은 세계적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대덕에 과학기술개발 역량을 쪼개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정부와 대전시는 대덕특구를 세계적인 연구개발도시로 만들었어야 했지만, ‘연구개발특구’를 광주, 대구, 부산, 전북으로 나누었다. 이것은 제철 포스코를 공정별로 나누어 각기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짓는 것과 같다. 국가 미래가 표심으로 쪼개서 타협하는 여의도 정치에 희생된 것이다. 연구개발 역량과 산업 클러스터도 중관춘이나 화창베이, 실리콘벨리처럼 집적하여 규모를 달성하지 못하면 국부를 끊여내는 거대한 용광로는 될 수 없다.
중국몽은 세계를 벨트로 잇는 도시 전략
한•중 수교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30년 동안 천지개벽 수준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보며 매번 놀랐다. 그러나 지난 동관 방문처럼 위기의식을 느낀 적은 없다. 중국은 과거 임가공을 하면서 공해물질을 쏟아 내는 공장에서 첨단기술로 미래를 선도하는 거대한 혁신 캠퍼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송산 외에도 중국 방문 때마다 광저우, 심천, 무한등 여러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글로벌 MBA 과정을 개설한 산단 대학, 지역 전체를 혁신 지구로 만든 도시, 규모의 실증기지로 만든 신생 도시들이 곳곳에 넘쳤다.
그날 동관, 저녁에는 조명 기기를 만드는 기업을 방문했다. 10여 년 전 내가 이 회사 창업자와 부사장을 대전에 초청했을 때, 그들은 30대 창업자로서 매출 40억 원 정도의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동안 매출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해있었다. 중국에는 이렇게 부쩍부쩍 크는 젊은 기업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날 밤, 그 친구들과 식도가 타듯이 흘러 들어가는 고량주를 마셨다. 친구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혁신의 속도가 떨어지는 한국 산업계 종사자로서의 불안, 위기가 교차한 밤이었다. 세계의 공장이며 시장이고, 첨단 IT, 우주항공의 거대국가가 ‘중국몽(中國夢)’ G1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