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대훈 Jun 18. 2023

버려진 난지도 팔자가 바뀌다. 개념전환의 승리

도시 재창조, 전통 공간의 개념전환. 11

고도성장과 도시빈민, 쓰레기섬 난지도

 

지역의 개념전환으로 도시 운명을 바꾼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35여 년 전인 1987년 봄, 이 십대 중반의 나는 몇몇 동료와 서울 수색 쪽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산을 이룬 난지도를 방문했다. 그곳 쓰레기 더미 사이에는 합판으로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놓고 책상 하나, 걸상 하나 달랑있는 ‘도시산업선교회’가 있었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효과는 컸다. 학생과 노동운동 밖에는 알지 못했던 시절, 어느 부문보다 소외당하였던 사람과 연대하는 도시빈민운동을 찾아갔다. 

  

사진1,2/(월드컵공원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 시민이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생겨난 난지도 매립장의 거대한 쓰레기 산과 매립지를 2002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270만㎡의 대규모 생태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사진 출처, 서울시,http://parks.seoul.go.kr) 




그동안 생업의 인연으로 지구촌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케냐의 빈민가 쓰레기 더미와 그 속에서 사는 아이와 주민을 보면서도 매우 놀라지 않았던 것은, 87년도 난지도에서 받았던 충격 효과였다. 천만 서울 시민이 버리는 산 둘레 6㎞, 60만㎡가 넘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그 규모의 차원이 세계적?이었다. 분리배출과 분리수거 없이 버려지는 거대한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가 뒤섞였던 인공산, 그것들이 내뿜는 악취와 걷잡을 수 없이 날렸던 먼지. 산 같은 쓰레기 더미를 오르내리며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고물을 골라 넝마에 넣는 사람들. 난지도(蘭芝島)는 1992년까지만 해도 도시화에서 밀려난 빈민이 삶의 이어가는 처절한 생존 현장이었다. 

 

 

개념전환의 승리, 쓰레기 매립장에서 생태공원과 첨단 미디어시티 

 

1997년 문민시대를 연 김영삼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 용지를 난지도가 있는 마포구 상암동으로 결정했다. 한강변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를 폐쇄하고 전혀 다른 성격의 용도로 바꾼 것이다. 그때 난지도 정비사업, 개선사업 같은 것으로 용도를 정했더라면 돈은 돈대로 쏟아붓고도 서울시 서쪽 마포구는 지금도 기울어져 있었을 것이다.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알렉산드로스의 칼처럼 고급 정치가 땅의 용도를 바꾼 것이다. 민선 고건 서울시장이 월드컵 경기장과 공원 건설을 맡았다. 문민정부와 서울시의 결정으로 땅의 운명이 바뀌고 사람들의 삶이 변했다. 서울시는 ‘난지도는 환경파괴를 묵인한 고도성장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며, 동시에 생태복원과 환경재생을 향한 도전과 의지의 실현’이라다고 했다. (출처, 서울정책아카이브, SEOUL SOLUTION).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일대 상업업무지구인 디지털미디어시티Digital Media City: DMC 전경 일부,   젊은 서울 시민들은 이곳이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 부락촌, 연탄 공장터였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공간, 지리, 토지, 지목의 개념 전환을 통해 쓰레기 매립장이 일약 첨단 미디어 시티로 재창조되었다)



사진1,2,3/(사진1과 2는 공원으로 조성하기 전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3은 조성 후 오늘날 모습. 1997년 김영삼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 용지를 난지도가 있는 마포구 상암동으로 결정했다. 한강변 쓰레기 매립장을 폐쇄하고, 전혀 다른 용도로 바꾼 것이다. 그때 상암동 난지도에 정비사업, 개선사업 같은 것을 이어왔더라면, 돈은 돈대로 쏟아붓고도 서울시 서쪽 마포구는 영원히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서울특별시 서울의 공원, http://parks.seoul.go.kr



2002년 쓰레기 지옥이었던 난지도는 ‘월드컵 공원’으로 태어나 도시의 허파가 되었다. 지독한 악취와 먼지에 버림받은 땅이었지만, 경기장 근린에 첨단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만들어 한류의 발신지이며 혁신적인 일자리 도시가 되었다. 그곳 상암DMC에는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은 물론 YTN, JTBC, CJ E&M 등 굴지의 미디어 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다. 2002년 FIFA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썼다. 당시 서울시는 지목의 개념전환으로 승리했다. 난지도는 또한 생태공원이다. 평화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5개의 공원을 조성하여 맹꽁이, 촉새, 황조롱이가 찾는 도심 속 생태 서식지를 만들었다. 나는 상암DMC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마치고, 87년 봄, 쓰레기 더미를 걸었던 그 자리를 찾아보았다. 그날 눈을 뜰 수 없었던 뿌연 먼지와 붕붕거리는 파리떼와 갖은 악취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중심 이동한 광역시, 개념전환으로 도시의 운명을 바꾸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