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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n 28. 2023

완전하지 않지만. 올바르게 사는 도시

철학과 도시 경영. 3

꿈의 생태도시, 쿠리치바의 휴일     

레르네르 시장의 철학이 공간, 건축, 교육, 복지, 환경등 도시 전반에 스며 있다

쿠리치바는 간선도로로부터 일정의 폭(5m)을 확보하여 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심은 나무는 약 100만 그루에 달하며, 레르네르 시장 이전과 비교하여 1인당 공원 면적은 약 100배 증가했다. 주거 지구는 대지 면적에 50%만 건물을 지었고, 나머지는 부지는 토양이 빗물을 흡수할 수 있게 하였다. 도심과 부도심 모두에 나무가 많고 녹지와 보도 면적이 넓어 보행에 불편이 없이 전광이 시원하다. 도심에는 같은 모양의 건물이 없으며 모던한 건축에 가끔은 전위적인 디자인이 보여 도시 보행에 재미가 쏠쏠하다. 

  

디자인의 창의성, 쿠리치바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튜브형 승강장(Boarding Tubes)은 디자인의 혁신성을 보여준다. ‘뚜바’라고 부르는 원통형 버스 정거장은 버스 승강대와 같은 높이로 장애인과 노약자 안전과 이동 편의성이 높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원통형의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쿠리치바의 명물이 되었다. 밤에 빛을 발광하는 튜브형 도시 교통 시설의 외관을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이전인 1983년에 제안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입구를 디자인한 중국계 건축가 I.M.Pei의 작품처럼 어떤 작은 것이 도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지하철 없이도 교통난을 해결한 대중교통 체계

 

지하철 건설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내가 글을 쓰는 시점에서 서울시 도시철도 1km당 약 1,000억원(전동차 가격 포함) 비용이 든다. 1m당 1억 원이 드는 것이다. 1974년 당시, 쿠리치바 재정 규모로는 지하철을 건설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레르네르 시장이 생각해 낸 것이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계)이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와 일반 차선을 분리해 대중 버스를 도시 철도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쿠리치바 도로는 삼중 도로 체계로, 중앙도로에 급행 버스전용차로를 두고, 도로 양편에 자동차 도로, 그 옆에는 일반통행 도로를 둔다. 급행, 지역, 직통 버스는 색으로 구분한다. 완전한 환승 시스템을 마련해 대중교통만으로도 어디든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버스를 지하철처럼 사용하는 시스템은 저비용에 지하철과 같은 성과를 낸다. 한국인에게도 이 교통체계가 낯설지 않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쿠리치바를 다녀온 후 시행한 시내버스의 중앙차선제부터 세종과 부산에서 시행하고 있는 BRT가 이 쿠리치바 교통체계를 응용한 것이다. 

  

(쿠리치바의 ‘뚜바’라고 부르는 튜브형 승강장(Boarding Tubes)은 디자인 혁신을 보여준다. 거창하지 않지만 친화적이다.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것이다. 탑승 연결은 버스 승강대와 같은 높이로 장애인과 노약자 안전과 이동 편의성이 높다.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대전과 세종도 이 ‘뚜바’를 들여온다면 좋겠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인스타그램에도 인기있는 쿠리치바를 상징하는 명물이다)




쿠리치바에 주목하는 것은 생태도시라는 이유만이 아니다. 레르네르 시장의 철학이 공간, 건축, 교육, 복지, 환경등 도시 전반에 스며 있다. 중고 전차를 도심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에서 영감을 얻은 ‘지혜의 등대’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지식이 빈곤과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등대'라는 의미를 담은 등대모양의 도서관을 빈민 지역에 50개 이상 건립했다. 장난기같은 발상이지만 레르네르는 “재미와 장난을 통해 창조성이 나온다“고 한다. 이'지혜의 등대' 도서관은 지역의 지식복지는 물론 도시 전체의 경관을 산뜻하게 한다. 

  

완전한 도시는 없다.  꿈의 도시는 진행형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가이드북 삼아 쿠리치바시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지상에 꿈의 도시는 없다. 도심의 번영은 주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외곽의 가옥들은 초라했고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다. 쿠리치바에서도 소득 양극화와 빈곤은 어려운 숙제이다. 

이러한 계급적 계층적 문제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식료품이나 버스 토큰으로 바꾸어주는 것, 녹지 비율을 높이고, 대중 시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에 편입된 브라질 국가 경제의 영향을 인구 190만 정도의 도시가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생전에 레르네르 시장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멈추어 있는 듯한 쿠리치바 공항을 이륙했다.  

”도시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이 적으면 오히려 더 잘 풀 수 있다“

”리더가 모든 답을 가질 수는 없다. 

동참하게 하여 공동 책임방식과 창의적 디자인으로 도시문제를 해결하자“

"자꾸 새로 짓지 말라.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24시간 다목적으로 이용하게 하라“

 

생태환경도시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는 쿠리치바는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지구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등으로도 불린다. 1990년 유엔 최고 환경상과 에너지보존 국제 협회상을 수상했다. 1992년 글로벌 의제인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쿠리치바 협약'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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