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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n 30. 2023

매력적인 지방도시, 후쿠오카에 인구가 는다.

철학과 도시 경영. 4

후쿠오카 시장 다카시마 소이치로(高島宗一郞)가 부산 가덕도공항 건설을 반기는 이유? 1


후쿠오카시(福岡市)는 수십 번을 오고 간 곳이다. 이 도시 관문인 하카타항에는 눈에 익은 출입국 심사관이 있었다.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감청색 제복을 입은 그 여성에게 “지난 여름보다 머리가 길어졌네요”라고 인사를 건넸으나, 차가운 미소만 받았다. 난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았고, 후쿠오카 시내로 들어왔다. 이 도시는 내가 사는 대전만큼 익숙하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면 쇼핑몰 캐널시티가 나오고, 도심인 톈진에서 외곽 다자이후로 가는 길도 잘 알고 있다. 근대 문화유산이 많은 모지항이나 네덜란드 마을 하우스텐보스가 있는 나가사키로 갈 때도 큐슈의 중심도시 후쿠오카에서 시작한다.  

 

(후쿠오카시. 면적은 343㎢로 대전광역시(540㎢)에서 유성구 면적(177㎢)를 뺀 것 보다 좀 작은 크기이다. 인구는 161만, 지역내총생산(GRDP)은 7조 1,974억 엔(2005년 기준)으로 대전시 보다 약 1.7배 많다. 대전과 같이 광역권으로 세력을 주도하기에는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사진 출처, 

www.japanmeetings.org)


 (일본 총무성 2020년 국세조사에 의하면 후쿠오카시는 일본 전국 20개 정령지정도시 가운데 2015년 대비 인구증가율이 4.9%로 1위를 기록했다. 정령지정도시란 정령(政令)에 의해 지정한 법정인구 50만 명 이상의 시(市)를 뜻한다. 출처, 福岡市の人口4.9%増 増加率 政令市トップ, 20年国勢調査, 日本経済新聞, 2021.06.25)




도시 여행자, 도시 더듬이

나 같은 외래 방문자가 한 도시에 와서 한나절 정도에 도심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도심 중심에서 랜드마크를 정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도로를 이어가며 주행을 하거나, 무작정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반대편 끝까지 다녀오면 그 도시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것은 한 도시가 보여주고 싶은 특별한 곳을 찍어 돌리는 투어가 아닌 도시관찰을 위한 뚜벅이 방식의 시티투어라고 할 수 있다.


효율 높은 콤팩트시티(Compact City)

이렇게 느낀 후쿠오카시는 ‘콤팩트(Compact)이다. 도심은 내 기준인 성인 남자의 걸음으로 한 시간 거리 안쪽에 밀집되어 있다. 업무, 주거, 쇼핑, 관광, 오락이 걸어서 가능하다. 이 가운데 상업적 번화가인 텐진지구는 반경 500m 범위의 도심밀도는 대단히 높다. 텐진역 주위에는 노포들과 백화점, 솔라리아 스테이지, 텐진코아등의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고, 다이마루, 미츠코시, 파르코등 유명 백화점이 즐비하다. 번화가 중앙의 니시도리에는 'H&M' 'ZARA'등 젊은 패션 브랜드들도 줄지어 있으며, 건물 사이의 아케이드와 옷가게, 잡화, 식음료 상점에는 활기가 가득하다.





공항도 항만도 도시권 안에 있다. 어디든지 자전거 이동으로 가능하고, 지하철과 버스는 편리하다. 공공버스는 일본에서 노선망 1위를 자랑한다. 버스 실내는 중년 부부의 거실같이 안온하다. 버스는 도심도 마을도 조용히 달린다. 주택지도 도심부에서 가깝고, 도심부에서 주택지까지 직주근접형으로 설계되어 30분 안에 출퇴근을 할 수 있다. 도심에서 해안부도 차량으로 30분 안쪽에 들어있으며, 바다를 면한 부도심은 멋진 해안 경관을 연출한다.


나는 서울에서 몇 년 일했다. 사무실이 있는 마포에서 강남쪽으로 오전 한 곳, 오후 두 곳의 거래처를 방문하면 지하철 이동도, 차량 주행으로도 기진맥진해졌다. 지하철 공기는 좋지 않았고 사람은 너무 많았다. 주요한 운행 도로인 강변북로도 올림픽대로도 아침 점심 저녁 할 것없이 서울의 도로는 넘치는 차량에 늘 막혔다. 그러나 도심을 밀집시킨 후쿠오카에서는 하루 같은 양의 일정을 처리해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내가 겪어온 세계 100여 도시들 가운데 피로도가 가장 덜한 곳이었다. 피로라기보다는 콤팩트한 도시설계와 도시 어메니티를 비롯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안도와 휴식을 준다.



https://takashima.fukuoka.jp/#top



글로벌 지향 국제도시 


후쿠오카의 대중 시설과 지하철, 버스에 한글을 비롯한 영어, 중국어 표지판이 있다. 국제도시를 지향한다. 

후쿠오카에 머물 때면 차량 정체, 주차 정차, 필요 없는 경적, 나쁜 공기, 쓰레기 같은 도시형 스트레스가 없었다. 대신 평온한 기분이 되어 도시 자체에서 걷고 타고 맛보는 것이 즐거웠다. 노년에 살고 싶은 도시라면? 여수, 충무... 해외 도시는 후쿠오카였다. 국제공항이 있어 두 시간이면 한국에 도착했다. 생활이 편리하고 범죄율과 물가는 낮으며 날씨도 온난하다. 국제화를 지향하는 세련된 도시이며 삶의 질이 높다. 

 

후쿠오카는 세계의 여러 미디어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 코펜하겐, 멜버른, 스톡홀름, 빈과 같은 반열에 오르는데 일본인 스스로가 선정한 ’매력적인 지방 도시‘에서도 선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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