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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n 30. 2023

We Love 톈진협의회, 참여형 개발 방식과 도시경영

​ 철학과 도시 경영. 5

후쿠오카 시장 다카시마 소이치로(高島宗一郞)가 부산 가덕도공항 건설을 반기는 이유? 2

기업, 상인 협의회, 개발자가 말하는 도시개발의 주요한 지점

 

후쿠오카 지역개발을 하고 있는 니시테츠그룹(西鉄グループ,서일본철도)의 쿠라토미 스미오씨(倉富 純男) 사장이 PRESIDENT와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그의 설명은 후쿠오카시의 도시개발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그 발언 일부를 요약하여 설명을 곁들인 것이다.

 

후쿠오카 도심인 텐진의 번성에는 이와다야씨가 백화점을 열고부터. 신텐쵸라는 상점가가 생기고, 개발사인 니시테츠가 상점가를 조성하는 순서로 만들어온 거리를 발전시키고 있다. 함께 거리를 만들자는 정신은 'We Love 톈진협의회'라는 지역 메니지먼트 활동으로 이어져 각 사업자, 지역주민, 행정과 연계하고 있다. 니시테츠그룹은 철도, 버스 등의 공공 교통 분야에마을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인용, 福岡の人口がどんどん増え続けている理由PRESIDENT 2017年10月2日号)

  

(후쿠오카 텐진 거리, 일본의 지구 설계에는 지역상인, 개발사업자, 주민, NPO, 컨설턴트가 행정과 연계하는 마치츠쿠리(町づくり)가 중요한 역활을 한다. 이것의 장점은 관료가 아닌 전문가와 실수요자가 개발을 주도하기 때문에 개성 있는 도시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상권 수익을 도모한다. 사진출처, flickr, johnlsl, Night at Fukuoka, Japan)



도심 상권은 텐진을 중심으로 수 개 이상의 백화점, 할인매장, 재래시장, 골목상권을 모두 집어넣는 복합 개발을 했다. 지방 상권에 백화점이나 대형 활인매장이 들어오는 것을 지역 소상공인이 반대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내가 수없이 지적한 상권의 공간설계이다. 공룡 기업이 들어오는 개발에는 지역상생형 공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도시가 아닌 후쿠오카형 도시전략 

 

후쿠오카시는 자신을 관광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벳푸와 유후인으로 갈 때 비행기나 배는 후쿠오카에 들어간다. 그리고 도심 하카다역 옆에 있는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아소산을 넘어 군 면 단위인 온천 마을까지 이동한다. 가고시마에 갈 때도 후쿠오카 도심에서 고속철도 신칸센을 이용한다. 각각의 발착지(Spoke)에서 이동하는 사람과 물류를 거점(Hub)에 모으고, 그것들을 서로 다른 목적지(Spoke)로 분배하는 형태의 도시이다.

(후쿠오카시를 품고 있는 큐슈의 지방도로. 한국의 강원도처럼 소박한 시골이다. 2019년 규슈를 방문한 해외관광객 422만명 가운데 170만 명이 한국인. 이들은 특별한 것을 찾아 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번잡하지 않는 곳에서 좀 쉬고, 향토 음식을 맛보고, 온천도 하려고 ....) 



허브 도시를 작동시키는 산업은 지식, ICT, 금융, 국제 서비스들이다. 

후쿠오카시가 지리 특성을 이용해 허브도시를 만들었다. 제철, 자동차같은 산업은 큰 하천이 없으니 큰 공장을 세울 수 없어 바다가 있는 기타큐슈로 가버렸다. 산업단지를 만들어서 제조업을 유치하는 전략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공장이 없으니 공해가 없고, 그 환경 대책에 비용을 사용하지 않는다. 산업도시의 대안으로 철도, 항공등 교통에 투자하여 교통, 지식, 문화의 허브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후쿠오카는 굴뚝 없이 작동하는 지식과 서비스 기업을 유치하여 지식산업형 도시로 만들었다. 

 


훌륭한 경관과 손색없는 관광 설계 

 

후쿠오카의 중심과 주변을 걸어보면 고대와 근대, 현대의 건축들이 고루 보인다. 전통 그대로 살아있는 사찰과 신사, 가옥들이 현대 도시 속에서 격조를 높이는 오브제(Objet d'art)가 되고 있다. 기존의 건물들을 헐고 새로운 한옥촌으로 만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모모비치 해변을 배경으로 건설한 돔 경기장과 호텔, 상업 시설은 해안 경관을 살리는 지구 설계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모두를 위한 공공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곳곳에 배어있다. 전통문화지구, 공원지구, 도심지구 단위에 개성이 돋보이면서도, 도시 전체에 무엇인가 통일감있는 양감을 느끼게한다. 

 

한국인 관광객 이외에도 중국인과 아세안 국가 국민의 방문이 많아졌다. 후쿠오카에 외래 관광객이 유입되면 규슈 남쪽 가고시마와 미야자키까지 경제효과를 미친다. 일본의 베니스라 불리는 야나가와, 고대 관청과 사찰 지구인 다자이후를 시내 관광권으로 넣었다. 후쿠오카는 일본 포장마차 수 전국 1위, 꼬치구이 점포 수도 1위 도시이다. 출장 중에 가끔은 호텔에서 나와 나가스강을 마주한 깔끔한 포장마차 거리에 나간다. 강에 비친 불빛을 바라보며 돈코츠 라멘에 청주 한잔을 걸치면 밤의 낭만으로 그만이다.

(후쿠오카시의 수준을 느낄 수 있는 깨끗한 지하거리)



민간 기업 중심의 지역개발 

 

후쿠오카는 도시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대신하며 도심 자체를 성장의 엔진으로 만들고 있다. 텐진지구 8600만㎡에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주된 개념은 도보를 정비해서 걷기 즐거운 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도심에 S클래스 호텔을 더 짓는다. 주상복합건물 상층부에는 문화시설과 첨단 워킹 스페이스를 만든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도심에서 만나고 부딪치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비즈니스와 문화가 생겨나도록 한다. 기업가를 대상으로한 코워킹 스페이스(co- working space) 텐진 COLOR를 개설했다. 재개발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스타트업 시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도시가 가능한 것은 일본의 독특한 지역개발 주체 덕분이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철도회사 또는 기업 개발사가 지방정부와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개발, 경영에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지구 개발에 여러 트라우마가 있다. 찬성·반대, 고소, 고발, 수사, 재판까지 비본질적인 사태에 해당 지역은 휘말린다. 민간이 되었든, 공공이 되었든 많은 개발 사업이 사람, 생태, 아름다움, 공익이라는 가치를 뒤로 돌리고 수익에 몰입한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민의 동의를 얻고 개발과정을 공개한다는 전제에서, 도시를 복합개발하는 전문 디벨로퍼가 공공이 참여하게 하는 개발모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본의 롯폰기힐즈, 시부야 스트림, 긴자식스, 오모테산도 힐즈등에서 지구 개발을 주도한 모리빌딩컴퍼니(森ビル株式会社)는 개발사이면서도, 자신이 개발한 작은 도시를 운영하는 지구 운영사이다. 이렇게 하면 자본이 집약이 용이하고, 총사업비 가운데 정부와 지방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를 얻는다. 광역 도시라면 지방 도시공사의 공공, 민간의 재개발 조합, 그리고 위에 예시한 전문 디벨로퍼 개발에 상호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후쿠오카 부도심 풍경, 도심 속으로 무로미강이 흐르는 것이 어딘가 대전시와 닮아있다. 이 도시는 그동안 내가 겪어온 세계 100여 도시들 가운데 업무 피로가 가장 덜한 곳이었다. 업무, 쇼핑, 오락은 걸어서 한 시간 거리, 도심과 해안 부도심까지는 승용차로 30분, 도심에서 공항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 안쪽에 있어 이동에 스트레스가 없다. 피로라기보다는 콤팩트한 도시의 쾌적성이 안도와 휴식을 준다)



일본의 지구 설계에는 지역상인, 개발사업자, 주민, NPO, 컨설턴트가 행정과 연계하는 마치츠쿠리(町づくり) 같은 추진협의회가 중요한 역활을 한다. 이것의 장점은 관료가 아닌 전문가들이 개발을 주도하기 때문에 개성 있는 도시공간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이익 집단의 상권 수익에 이바지한다.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산본과 2기 신도시인 판교, 화성, 동탄을 다녀보아도 도시들 사이에 차별성이 없다. 이것은 국토부와 LH, 지방개발공사가 시행한 무개성 편의적 개발행정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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