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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04. 2023

대전과 두바이, 두 도시에 던지는 질문

철학과 도시경영. 10

두바이 도시모델,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시인이 경영하는 미래형 실험도시, 두바이, 4


두바이는 미래를 현재 시점에서 보여주는 거대한 세트장 같다. 이 거대한 인공 도시는 영화 촬영장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확대한 것 같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영화만 찍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고 일하면서 놀고 쉬고, 병들고 늙으면서 낫고 치유하며 죽는 곳이다. 만나고 사귀고 감정을 교류하고 결합해서 다음 세대를 낳고 기르는 생애 전 주기의 문명 생태계이다. 


(스키 두바이, 에미레이츠몰에 있는 실내 스키장. 사막 도시에 스키장 같은 것으로는 이제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두바이의 도시 구조가 휴먼스케일을 반영하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질문은 이어진다. 탄소중립적인가? 윤리적인가? 윤리라는 것은 위대해지고 싶은 도시를 지탱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과 복지를 개선하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노동 환경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다. 그리고 세계 질서의 재편과 중동의 위기, 저성장으로 접어든 글로벌경제를 돌파할 방법은 무엇인가? 

  

(두바이는 거의 모든 것이 인공이다. 두바이 도심 호수에서 밤을 즐기는 시민과 관광객들)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와 쿠리치바의 레느네르 시장은 대조적이다. 셰이크 모하메드와 그의 부왕 세이크 라시드는 막대한 투자유치를 통한 초규모 인프라와 SOC 건설, 컨벤션과 쇼핑, 관광을 전략 산업으로 삼았다. 버즈 알 아랍과 버즈 칼리파 같은 경이로운 건축물은 높이뿐이 아니라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와 정신을 상징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포함한 청라, 영종의 인천자유경제구역은 두바이의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레느네르 시장은 생태적 환경, 노동과 약자 배려, 저예산이지만 기속가능한 개발을 도시 전략으로 세웠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저자,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토건국가로서 두바이는 국내 총생산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두바이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계속 엄청난 양의 석유를 가져와야만 도시가 지탱되는 지속 불가능한 사회를 창조했다고 비난했다. (『두바이, 위험한 미래』, 박용남, 희망제작소) 

 

몇 차례 중대한 고비와 위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바이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170여 년간 두바이를 통치하고 있는 알 막툼 가문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을 도시에 적용하는 과감한 실증화 정책에 있다. 

A Hologram for the King, 가능성 도시에 창의 유인성

 

<왕을 위한 홀로그램>(2016)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연인 앨런(톰 행크스)은 화상 회의용 첨단 홀로그램을 판매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간다. 그의 임무는 사막 천막에서 사우디 왕을 만나, 홀로그램을 시연하여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 그러나 엉뚱하게 병원 여의사와 사랑에 빠진다는 코미디이지만, 첨단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서방의 비즈니스맨이 사우디 사막으로 들어간다는 맥락이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도 상용화하지 않는 기술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도시가 인공지능이든, 모빌리티든, 그린수소든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채택하고, 실패를 포함하는 실증에 성공하면, 그 소문은 빛과 같이 빨라서, 더 혁신적인 제안이 그 도시에 쏟아진다. 그래서 그 도시는 그 실패로도, 성공으로도 혁신을 지속할 수 있다. 혁신이 경제이다. 

 

2020 두바이 엑스포 

주제는 ‘마음을 연결하고 미래를 창조하다(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와 소주제인 ‘기회(opportunity) ,이동성(mobility),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두바이가 그리는 도시개념을 보여준다. 엑스포 개최 비용으로 400조 원 이상을 투자하여 두바이 전체를 전시장으로 사용했다. 두바이의 도시 모델은 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포스트 모던니즘 도시를 선도하고 있으며, 리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등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국가에 놀라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네옴시티’도 두바이 개발에 영감을 받고, 규모를 확대하고, 창의성을 키운 전위적인 도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시, 서로 다른 도시를 살피며 던지는 질문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쿠리치바, 해양 메가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콤팩트도시 후쿠오카, 

경이로운 실험도시 두바이를 살펴보았다. 

이 도시들에 비해 대전의 자연환경과 기술 자원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을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 배짱, 안목에 차이가 있다. 


(한 도시의 랜드마크는 그 시대의 시민 문화, 지도자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



대전시는 시장과 정당을 바꾸어도 건설에 건설을 이어왔다. 건설은 필요한 것이지만, 대전의 개발 모델은 산업화 시대의 공업단지, 자본과 르코르뷔지에의 부유물이었던 제1기 신도시, 제2기 신도시 모형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아직도 개성 없는 아파트를 쏟아내고, 빈 공간이 보이면 시시한 건물을 지어 채운다. 도시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 기준이 무엇인지? 도시를 관통하는 철학과 개념은 보이지 않고, 지구 단위로 언제나 무슨 공사를 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도시개발의 3요소인 도시개념(concept), 디자인(통합계획), 디테일(지구 건설과 건축)이 부실하다. 한 도시가 가지고 있거나, 가지려 하는 시대정신이 없거나, 개발에 대한 철학과 개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예산을 넣고 세월을 보내도 명품 도시는 되지 않는다. 

 

크다고 세계적인 것은 아니라면 최초를 향한 위태한 도전이 있어야 한다. 눈에 익숙한 엔트로피는 늘어나는데,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호기로운 표상이 있는가? 그동안 대전에서 주관한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대전의 소프트파워에 안타까웠다. 40억 정도 국제행사도 서울에 있는 기업이 수주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 사업은 시의 산하 기관이 주관하고, 10억 단위로 사업을 나누어 지역의 기업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역 일은 지역인 중심으로 일한다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도시개발 사업은 개념설계부터 세계적인 자문사의 참여와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글로벌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키우는 역량을 쌓아야 한다. 

 

150만 대전 시민,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과학도시의 정신은 무엇인지?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과 생태는 무엇인지? 관행이라는 관성을 탈피하게 하는 정치·행정 혁신이 무엇인지? 일류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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