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대훈 Jul 06. 2023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아의 빨래터

​철학과 도시경영. 11

평면화의 폭력, 지형과 골목에 깃든 역사성


(코르푸섬은 그리스 서북부의 이오니아 바다에 위치한 섬이다. 이 섬의 올드타운은 트로이 전쟁 시기인 기원전 12세기의 언덕, 벼랑, 하구, 해안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3000년 전,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는 오디세우스가 나우시카아 공주를 만났던 빨래터를 유추할 수 있다. 만약 개발업자들이 해안을 메우고, 언덕을 밀고, 그 자리에 호텔과 아파트를 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Old Fortress Corfu Greece. 사진출처, Christos Servos drones Corfu)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레이만이 막막한 터키 땅 하사를리크 지역에서 고대 트로이 유적을 발굴할 때를 상기해 본다. 그가 3,000년 전 전설을 역사로 복원하려 시도한 첫 번째 작업은 일리아드에서 묘사한 해안과 지형을 찾는 일이었다.

 

칼립소 섬에서 탈출한 오디세우스는 기구하게도 다시 풍랑을 만난다. 배는 표류했고 코르푸(Corfu)섬까지 흘러오게 된다. 이때 코르푸의 왕인 알키노오스의 딸 나우시카아는 빨래터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우시카 공주는 표류에 탈진한 오디세우스를 발견하고 먹을 것과 입을 옷을 주고, 아버지 성으로 안내를 했다. 공주와 왕의 도움을 받아 원기를 회복한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코르푸(그리스어로는 '케르키라')섬은 그리스 북서부 해상에 있다. 



 

 (Odysseus and Nausicaa, 표제 이미지 출처,  picryl)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생환해야 하는 이 시대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그래서 내가 쓴 글로벌 마케팅 입문서인 ‘살아야 판다’의 부제를 ‘해외영업 오디세이’라고 지었다. 지금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전해준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읽거나, 트로이의 유적에 서면 장구한 시간을 이어온 사람들의 집념과 용기, 기억에 경탄한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처럼 성과 신전은 섬 벼랑 꼭대기에 있다. 벼랑 아래에는 항구와 해협과 해안이 펼쳐져 있다. 이 섬의 유일한 하천은 토타미강 뿐이기 때문에 왕궁 유적지에서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디세우스가 나우시카아 공주를 만났던 빨래터를 유추할 수 있다. (참고, 명화가 말하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이 섬은 트로이 전쟁 시기인 기원전 12세기의 언덕, 벼랑, 하구, 해안 지형을 유지했기 때문에 3000년 전 신화인 오디세이아의 복원이 가능했다. 호메로우스의 이야기와 당신의 복원이 한 장소에서 일치하는 것이다. 만약 이 섬 해안을 메우고, 언덕을 밀고, 그 자리에 호텔과 아파트를 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대전과 두바이, 두 도시에 던지는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