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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11. 2023

한빛탑, 과학도시 랜드마크 만들기

철학과 도시 경영. 15

도시 마케팅, 도시생존을 위한 전략적 투자


EXPO 재창조 사업, 93 과학문화유산을 지우다. 3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하는 무형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전이 과학도시 이미지를 얻은 것은 대전에서 열린 93엑스포를 통해서였다. '새로운 도약에의 길'이라는 주제처럼 대전은 93 대전 엑스포를 통해 둔산에 신도시를 만들었고 크게 발전했다. 엑스포는 한국인을 문화적으로 고양했으며, 대전시민에게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자부심과 과학도시를 정체성으로 삼는 시민 의식이 생겼다. 

 

이런 국가 이벤트에 탄생한 것이 한빛탑이다. 한빛탑은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인 엑스포로 열린 93대전엑스포에 세운 상징 조형물이다. 한빛탑 (Hanbit Tower)은 빛, 과학, 우주를 상징하는 높이 93m 원추형 오벨리스크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한줄기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과학도시의 전략 자산은 과학이라는 이미지

  

93년 이후 대전시는 과학도시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여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아무리 연구소, 연구원을 대전의 과학자산으로 내세워도 과학 중심도시라는 이미지를 잃으면, 대전은 조용한 연구소도시, 한밭의 산업단지가 된다. 그래서 우주청, 우주항공청 설치 논란은 대전에 행정 기구 이상의 의미를 준다. 이미지는 도시의 전략 자산이다. 이러한 이미지화를 마케팅 이론에서는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고 한다.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는 슈웹스 광고에 화이트헤드 씨를 18년 동안이나 등장시켰다. 그에게 광고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은 장기간의 투자이다.  

 

(한빛탑, 93년 이후 대전시는 과학도시라는 이미지를 확고히하여 도시 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아무리 연구소, 연구원을 대전의 과학자산으로 내세워도 과학중심도시라는 이미지를 잃으면, 대전은 조용한 연구소도시, 한밭의 산업단지가 된다. 그래서 우주 항공청 설치 논란은 대전에 행정기관 이상의 의미를 준다)



파리 에펠탑과 관계없는 한국 빵집이 파리바게트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파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도시 파리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대전이 과학이라는 이미지를 잃으면 과학도시 대전은 허울뿐인 구호가 되고, 대한민국은 공들여 만든 자산을 상실하게 된다. 


(광고의 아버지, David Ogilvy, 그와 나의 공통점은 한때 주방에서 일했고, 세일즈맨이었다는 것. 그는 '무조건 팔아라 We sell, Or else'라는 책을 섰고, 나는 '팔아야산다'라는 책의 저자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각기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지만, 차이점은? 그는 유명하고, 나는 그보다 더 많은 상품을 취급했지만, 무명에 가까운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과학도시 에펠탑과 오길비의 광고 전략

 

만약 그리스인들이었다면 도룡동에 있는 한빛탑에 제우스까지 동원해서 신화를 몇 편이고 썼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자신의 랜드마크인 한빛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활용방안을 예를 들자면, 대전시장 출정식도 한빛탑에서 한다. 결혼식도 한빛탑에서 하면 인센티브를 준다. 93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해서 9월3일 태어나는 아기 93명의 돌잔치도 한빛탑에서 치러준다. 대전에서 93회 생일을 맞는 어르신 1000명 잔치도 한빛탑에서 한다. 또 많을 것이다. 한빛탑 기념 맥주도 만들고, 바이오기업과 제휴하여 한빛탑 비타민도 만든다. 아무튼 한빛탑 로고, 휘장 사용을 장려한다. 랜드마크는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중심축이다. 한빛탑의 주제와 심벌인 꿈돌이와 상징 기념물(Land Mark)인 한빛탑을 1993년도 이후에도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확산했다면 대전이 과학의 파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의 철골 구조물, 에펠탑은 파리시의 도시마케팅에 힘입어 전 세계의 빵집, 카페, 팬시까지 상업적 목적을 담는 상징물이 되었다. 심지어 한국 SPC 그룹이 운영하는 빵집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도 이 에펠탑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랜드마크의 상업적 활용은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준다. 


(신촌에 있는 상가 1층에 있는 빵집 Paris Baguette, '파리'라는 명칭에 에펠탑 이미지를 붙여 넣으면 밀가루 음식도 무엇인가? 있어 보인다. 프랑스 도시 마케팅의 승리! 이처럼 파리와 에펠탑의 이미지는 세계 각국, 세상 도처에 있다)



도시마케팅 원론, 이미지 투자를 위한 지속과 집중,그리고 디테일


다시 오길비의 광고 이론으로 돌아가보자. 도시가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장기간의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도시는 그 정체성을 잃게 된다. 문화, 관광 정책이 겉돌지 않도록 대전시는 도시마케팅을 심화해야 한다. 도시마케팅은 행정 이상의 장기투자를 요구하고, 전쟁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승리에 필요한 것이 대포나 미사일 뿐이 아니라 도시 구조와 중심성, 어메니티(Amenity), 오브제가 되는 조형물, 색채, 심지어 글꼴까지 미세한 것들까지 완성하고 조화시키는 디테일이다. 도시마케팅은 매 순간에도 도시의 총량을 다해 거시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전투이기 때문이다. 대전이 글로벌 기업과 세계 도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면 울산에서 만든 현대자동차를 GM, 포드, 도요타, 아우디 제치고 미국이나 독일 시장에 파는 것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행정으로 시정은 굴러갈 수 있어도, 도시의 마케팅파워가 약해진다면 깃발과 밴드 없는 행진같이 도시에 활기는 시들해진다. 


파리도, 베를린도, 도시는 상품이다.


자본을 유통하는 국제 거래소를 가지고 있는 뉴욕, 런던, 베를린, 도쿄, 상하이, 심천, 서울은 마케팅 세계에서 모두가 상품이다. 커피 거래소가 있는 나이로비도 상품이다. 대전시도 세계의 상품이 되어야 하지만, 국내의 지역 화폐 수준에 머물러있다. 대전에 브랜드가치를 만드는 기관과 부서의 행정은 있었지만, 마케팅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과학도시라고 했지만 지구촌 전 세계에 발신하는 글로벌 홍보도 없었다. 홍보는 시정에 대한 전술적 과정이고, 도시 마케팅은 도시생존을 위한 전략적 투자다. 


공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집행하는 돈에 대한 개념이 분명해야 한다. 대전시는 도시 자체가 지구촌에서 거대한 플렛포홈 기업처럼 투자하고 투자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대한민국은 대전을 과학도시를 만들기 위해 50년 이상투자했다. 정부와 여의도는 과학도시의 힘을 쪼개는 일을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 대전은 아시아의 과학도시, 실리콘벤리같은 상표로 발돋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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