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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17. 2023

숭고함에 이르는 아름다움의 가치,  도시 경관은 자산

철학과 도시 경영. 22

공간이 있으면 시시하게 채워넣는 지방 행정은 그만 하자!

단순함과 효율이라는 바우하우스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산에 맞추어서? 공간이 있으면 채워 무엇인가 시시한 것들을 채워 넣는 병(病)을 고치지 않으면, 우리는 미련해진다. 어느 날, 점심 약속이 있어 시청 인근으로 나왔는데 기가 막힌 입지에 또다시 그렇고 그런 시설을 짓는 것이 보였다. 

그날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대전에는 왜 아름다운 건축물이 없을까? 또 판에 박힌 사각 건물이 노른자 공간을 채우고 있네요. 도시에 지구계획 이상 중요한 것은 근린생활시설의 디자인 혁신입니다. 민선 8기 후보자들은 둔산과 원도심 일부를 특별 미관지구로 지정해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야겠습니다. 대전형 르네상스가 필요합니다.” 

https://www.facebook.com/kangdeahoon (20220323)



(대전 중심지인 대전시청 앞 전경, 대전에는 칸트가 말하는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감흥을 불러있으키게 하는 숭고미'적인 건축물이 없다. 그것은 지방행정과 정치에 미의식이 없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는 아름다움을 숭상했다. 아름다움이 신성(神聖)에 닿을 수 있으며 진.선.미는 수렴한다는 미의식은 르네상스로 부활했다. 로마 시대에는 싸우는 군인이 빛나는 투구를 쓰고 갑옷에도 무늬를 넣었고, 방패에는 화려한 장식을 했다. 정작 전투에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이었지만, 뽐내지 않고는 싸울 맛이 없었던 것 같다. 

한 도시에 구겐하임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는 것은 도시의 경제력과 시민 의식, 예산 구조에 달려있다. 한국에서는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블랙홀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그 도시의 미의식과 문화 역량의 총화였다. 세계적 미술관 건립은 철강업 쇠퇴로 기울어져 가는 빌바오시가 도심에 흐르는 오염된 네르비온강과 수변지역을 되살리고자 했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guggenheim museum in bilbao, 이미치출처, Peakpx)  




한국은 지하철 1km 구간 건설에 1,000억 원 이상을 사용하지만, 1,000억 원이 넘는 미술관을 지방에서 건립하기 쉽지 않다. 사회적 합의가 받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작과 명품과 대작은 시민의 미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자신에게 묻고 싶다. 이 도시에 탁월한 건축물은 무엇인가? 방문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자. 이 도시 무엇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는가?  

 

한국의 도시들은 사각의 효율을 사랑했던 르코르뷔지에의 그림자를 붙잡고 도시재생을 한다. 그래서 도시 경관과 미관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한국의 관광 적자는 볼품 없는 경관과 볼 것 없는 갤러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도시의 성장과 인문적, 생태적 도시설계 

 

런던, 도쿄, 상해 등은 전통적인 도시 안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어 창의적 해법을 찾는 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를 걸어보면 그들의 역사와 철학, 시대정신, 자본의 총량, 공학의 수준이 느껴진다. 자신의 문화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분위기가 있다. 도시공간은 지역의 역사, 지역의 전통 산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북경, 상해, 광저우 등 중국 메가시티의 공간 변화는 놀랍다. 세계의 전위적 사조, 디자인 혁신, 첨단 기술을 받아들여 자신의 솥에서 삶고 있다. 중국의 도시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글로벌 디벨로퍼 뿐이 아니라, 도시개발에 풍수지리 대가의 도움까지 받는다. 도시 공간을 바람길부터 재물의 길, 운수의 길까지 고려하는 인문적, 생태적 설계를 한다. 

  

(상해 와이탄 거리, 런던, 도쿄, 상해 등은 전통 안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다. 도시 문제에 창의적 해법을 찾는 이들 도시를 걸어보면, 그들의 철학,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는 노력, 공학의 수준, 자본의 총량이 느껴진다. 자신의 문화로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분위기가 있다. 도시공간은 지역의 역사, 전통산업, 시민문화를 담아야 한다)



대전시는 도시 공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스타트업 2000개를 육성하겠다는 대전시가 거대창업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벨리나 북경 중관촌, 경기도 판교를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대전의 스타트업타운과 스마트시티는 도시재생까지를 디자인해야 한다. 다양해야 하는 스타트업을 몇 채 건물에 때려 넣는 ‘빌딩 타운’식의 창업생태계 조성은 재고하자. 과학정신의 숭고함이 무엇인지?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미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인문의 힘이 없으면, 다시 우후죽숙처럼 경관을 가리는 거대한 콘트리트 주차장 같은 건물로 삶과 생태의 공간을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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