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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16. 2023

표준화된 도시 건축, 르꼬르뷔지에에서 벗어나야

철학과 도시 경영. 21

도시의 미의식, 시시하고 지루한 도시 경관을 바꾸자

주차장처럼 짓고, 사람이 사는 도시 

   

도시 경관(Landscape)이란 자연, 건축, 시설, 도로등에 의해 외적으로 조망되는 풍경이다. 풍경이 내용을 투사할 때 이미지가 된다. 이미지는 의미이다. 이집트 원정을 떠나는 나폴레옹의 선동이 카이로가 담고 있는 도시 이미지를 말하고 있다.

"제군들, 4000년 역사가 그대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군대는 도시뿐이 아니라 4000년의 역사를 정복하려는 것이다. 

 

대전은 '공간혁명'의 저자, 골드 헤이건의 표현을 빌자면 '지루한 건물과 유감스러운 장소'에 갇혀있다. 대전에는 300여 디자인 전문 기업이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표현하고, 설계를 수행하는 디자인 기업 300여 회사는 어느 도시보다 디자인 자원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면허를 걸고 활동하는 건축사도 300여 명 이상이 된다. 그러나 대전의 공공 디자인과 건축은 처참하다. 

 

르꼬르뷔지에가 세계 최초의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1947년)을 건립했을 때는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을 향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최적의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공동주택! 그러나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확산은 모더니즘을 감싸고 있는 외장의 파편들이다. 건축가 유형준의 표현대로 감옥이 확장된 형태나, 아파트 구조나 본질이 다를 바 없다. 

(Unité d’habitation – Le Corbusier Berlin, 이미지출처, Architecture Exhibitions International)



수요와 공급, 그리고 아파트 가격

미친 아파트값이 서울과 지방 도시의 천장을 뚫을 2000년 초기부터 나는 무슨 신(?)내림을 받은 듯 여러 모임에서 예언을 시작했다. “토지가 아닌 아파트값은 조정받는다” “일본형 버블같은 코리아 버블이 아파트에서 터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은 귀신이 들어 하는 방언이 아니었다. 상식적인 셈과 반복적인 경기 변동을 이해하면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토지와 같이 한계가 있는 재화가 아니며, 지으면 얼마든지 총량을 늘일 수 있는 화폐와 같다. 저출산 인구감소 시대에도 공급을 지속하면 아파트는 남아돈다. 유동성 장세 이후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긴축으로 돌아가면 아파트값은 떨어진다. 이런 상식은 경제학원론 수준이지 않는가?

 

한국 도시는 이제 그만 '직선과 수직, 유리와 강철, 단순함과 효율이라는 바우하우스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1919년부터 1933년까지 독일에 있었던 건축 학교 바우하우스는 현대 건축과 예술,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자원을 최적화하려는 그들의 설계는 오늘날 수익의 극대화에 꽃을 피우게 했고, 표준형 공간으로 사람의 삶을 규격화했다.

  

(한 재건축조합에 의해 신축한 아파트 단지, 언덕의 풍광을 가려 버렸고, 아파트 사이의 동간 간격이 보이지 않는다. 지구 전체가 답답해졌다. 대전은 골드 헤이건의 표현을 빌자면 '지루한 건물과 유감스러운 장소'에 갇혀있다. 르꼬르뷔지에가 최초의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1947년)을 설계했을 때는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을 향한 고민을 담았지만, 최적의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주차장같은 수익성 공동주택!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이 천편일률에서 벗어나야 한다)



틈틈이 갈마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나무를 베어내고 작년에 완공한 도서관이 보인다. 이 도서관 건립에 힘을 보태고 영향을 미친 사람은 이 지역의 구청장,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들이다. 개관식에 테이프를 끊고 축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얼까? 그들의 진심과는 다르게 기능에는 모자람이 없지만, 주된 사용자(어린이, 학생)와 거리 먼 디자인, 주변 환경에도 조화롭지 않은 건물 형태, 시대의 트랜드와 어긋난 구조에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먹고 살고 사용하는 기능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일까? 동사무소와 파출소와 도서관에 디자인 차이는 없는 것인가?

 

도심 르네상스를 만들겠다는 서구가 역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천안에, 세종에, 서울에 없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다. 대전시에 총괄건축가가 있다. 도시계획위원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인 구는 지구별로 개성있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건축사, 공직자 이외에도 디자이너, 전위 예술가, 수요자를 대표하는 주부, 관심있는 외국인등을 위촉하여 ‘도시디자인위원회’를 만들어보자. 이른바 ‘낯선 사람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입력값을 바꾸어야 결과값이 달라진다. 


*표제이미지, La vida de Le Corbusier. - ppt descargar,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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