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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Feb 03. 2023

2032년 올림픽 주최도시 브리즈번의마케팅 알고리즘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19

        

호주 브리즈번시는 왜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APCS&Mayor’s forum)를 만들었는가?     


브리즈번시는 호주 서쪽에 있는 인구 256만의 도시이다. 도시구조는 도심을 관통하며 하천이 흐르는 대전과 흡사하다. 대전시는 2017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AsiaPacificCitiesSummit& Mayors’ Forum)를 유치했다. 나는 그때부터 대전의 자매도시인 이 도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대전컨벤션센터(DCC) 일원에는 100여 아시아 태평양 도시의 시장, 학자, 기업인, 청년 등 1,500명이 모여 ‘아시아 태평양 미래번영을 위한 새로운 동력 창출’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이어 가고 있었다.           

     

(호주의 지방도시 브리즈번시는 2032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다. 브리즈번은 1996년에 창설한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AsiaPacificCitiesSummit & Mayors’ Forum)에서부터 2032 올림픽 유치와 그 이상의 세계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이미지 출처 www.ilsc.com)       


        

국제 행사지역 경제를 위한 설계가 필요     


대전시는 2017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AsiaPacificCitiesSummit& Mayors’ Forum)를 여는 나흘 동안 약 21억 원을 지출했다. 대회를 마치면, 배가 지나가고 다시 잠잠해진 호수처럼 중량급 글로벌 이벤트는 지방 도시에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시민 문화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고. 지역 경제에도 이렇다 할 이바지를 한 것도 아니다. 여느 갑천의 행사들처럼 대전 동쪽과 분리되어 컨벤션에서 하는 잔치로 끝이 났다. 국제 행사를 누적할수록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 문화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청소년의 꿈과 희망에 연결해야 한다. 대전시 공무원과 마이스 운영 조직인 대전관광공사의 글로벌 역량도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행사장을 빌려주는 주체는 관광공사이지만 행사 자체를 외주를 주었으니, 이것을 집행하는 대행사인 PCO(Professional conference organizer)는 매뉴얼에 따라 표준화한 국제 이벤트를 진행할 따름이다. 그래서 성격도 제목도 다른 지역의 국제 이벤트가 서울, 부산에서 보았던 행사처럼 엇비슷하게 진행된다.


2017 아시아태평양 도시정상회의 리플렛을 보면 개최 장소는 대전시였지만 브리즈번시가 공동 주최자로 이름이 올라았다. 사업비 일부는 아시아태평양도시정상회의(AsiaPacificCitiesSummit& Mayors’ Forum) 창설 도시인 브리즈번이 가져간다. 올림픽은 평창에서 열어도 IOC가 예산 집행권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러한 글로벌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보는 곳은 이 회의를 창설한 호주의 지방 도시, 브리즈번이 된다.      


도시 홍보알리지 않으면 외래인 유입도, 투자도 없다


한국인이 호주에 가면 시드니, 멜버른 정도를 방문하는 것에 그친다. 대부분의 패키지여행 상품도 해안 도시인 골든코스트까지 가는 것으로 끝을 낸다. 그래서 브리즈번은 256만 시민이 사는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지만, 나도 이 대회가 있기 전까지는 브리즈번을 몰랐다.      


호주에 땅은 광활하지만 사람은 부족하다. 지명도가 낮은 브리즈번시가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인구 유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브리즈번시 정부는 이민 친화적 도시경영을 해 왔다. 이민자가 오면 환영식을 하고 난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인 2만 명도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친화적인 정책만으로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을까?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베를린 신드롬>은 호주에서 온 젊은 여성 클레어가 베를린에 왔다가 친절한 청년 앤디를 만나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 초반부에 둘이 주고받는 대화가 있다.      


"어디에서 왔습니까?"

" 브리즈번." 

" 브리스번?" 

" 아니 브리즈번!" 

" 브리즈번이 어디인데?"      



만약 이 영화를 브리즈번시의 관광과장이 봤다면 답답했을 것이다. 이 도시는 분명 존재하고 있어도 호주인이 아니라면 없는 것과 같았다.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마케팅의 기본은 알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비영어권 도시는 영어로 자신을 알려야 한다. 한국의 도시가 영어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다면, 그 시장 일행의 방문을 브리즈번 지역 언론은 보도하기 어렵다. 그래서 해외 언론을 검색하면 단신만 있고,  한국 도시가 담고 온 내용이 없다. 그래서 여러 한국의 도시들 시장이 브리즈번에 방문해도 브리즈번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해외에서 하는 도시 외교 활동은 대부분 함께 한 일행의 친목이나 단합대회 수준으로 끝을 낸다.  도시 정상의 도시 외교 활동에는 외래인과 투자를 유치하는 구체적인 전략에 바탕해야 한다. 많은 홍보 책임자는 행사가 있을 때 보도자료를 내는 것을 홍보라고 생각을 하지만, 도시 마케팅은 도시를 세계시장에 알리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여야 한다. 무엇보다 영어로 알려야 한다. 알리지 않으면 검색되지 않고, 검색되지 않으면 방문하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 도시정상회의다보스 포럼에 들어가 있는 도시 마케팅  


하나의 국제기구를 만드는 것에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브리즈번은 100개 이상의 도시를 한 대회에 넣는 도시 마케팅 플렛폼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1996년에 창설한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AsiaPacificCitiesSummit & Mayors’ Forum)이다. 알려지지 않은 도시, 브리즈번은 자신을 세계에 알리는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다. 그때 이미 2032 올림픽 유치와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었다. 


“런던, 뉴욕, 도쿄 수준의 일류도시를 만들자!”     


(2017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 브리즈번 관계자, 대전 DCC)



아시아 태평양 도시정상회의는 아시아 태평양 도시를 돌며 브리즈번이 공동 주최한다. 이 회의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0개 도시가 참가한다. 브리즈번은 이 기구의 창설과 운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니는 중심도시가 되었다. 변방에서 영향력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대전시 같은 유치 도시는 자신의 비용으로 브리즈번을 알린다. 이것이 다단계 사업의 얼개처럼 국제 행사에 삽입한 수익 자동화 시스템이다. 밑에서 열심히 하면 실속은 위에서 누린다. 그래서 스위스 촌동네 콜로니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런던시는 세계도시문화포럼(WCCF)을 만들고 경영한다.  



(브리즈번 2023 APCS&Mayor’s forum, 사진제공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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