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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Sep 02. 2023

도시의 실패, 철학과 개념없는 구조

우리가 만든 도시에 대한 반성. 2

생산되는 과잉 도시, 효율, 속도, 자본 만세? 


우리가 만든 도시에 대한 반성. 2


문화와 상업, 학교 공간조차! 베드타운으로 만들어 버린 신도시 

 

대전을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하지만 산기슭, 둔덕의 숲을 밀어 아파트촌을 만든 관저나 노은 지구, 천혜의 친수구역인 도안에 해버린 도시개발을 보면, 도시와 사람과, 생태에 대한 철학과 기초가 없다. 아름답고 귀한 땅에 최소한의 문명 개입으로, 자연 생명들과 나누어 사용해야 하는 지구를 아파트와 아스팔트로 덮었다. 아파트는 지어야 하지만, 개발에 돈독이 올랐는지 동간 사이는 좁고, 블록과 블록, 구역과 구역 사이에 여백이 없다, 심지어 학교를 세워야 할 용지 자체를 빼 먹어 난리가 났다. 초, 중, 고등학교가 있다고 해도 주변에 밀집한 고층 아파트에 비해 초라한 공간을 배정했을 뿐이다. 


페리(CA Perry)는 초등학교를 근린생활의 중심으로 신도시를 설계했다. 100년 전 거장의 생각은 어렵지 않다. 어린이들이 위험 없이 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의 생각을 좀 더 진화시키면, 장애인과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이다. 


그러나 내 아파트의 단지 밖은 광폭의 도로에 차들이 질주한다. 그 분절을 넘지 않고는 유치원조차 갈 수가 없다. 인문과 공학은 어디로 가고, 돈도 기술도 시간도 있었던 제2기 신도시를 누가 이렇게 했는가? 거대한 배드타운의 마천루 아파트 체적에 비하면 생활형 도서관, 체육관, 갤러리 같은 공공시설은 초라하다.


(신도시에 수익은 속도전으로 승리했지만, 생활과 생태가 들어갈 공간을 쓸어가 버렸다 )




아이와 노인이 놀고 쉴 수 있는 쌈지공원도 (거의) 없고, 수변과 숲으로 가는 이음로, 동물 로드킬을 방지하는 이동로 같은 생태설계도 없다. 지역을 양단하는 고속도로 같은 광폭 도로를 깔았지만, 조망선 없는 아파트 배치로 지구의 시야는 갇혀있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세상에! 그곳에 들어가면 시야에 트인 곳이 없어 산이 보이지 않는다. 천혜의 생태지역을 택지로 용도 변경하면서도, 7만 명 이상이 사는 신도시를 토건 개발사 좋을 식으로 숨 막히게 만들어 놓았다. 


대전 도안신도시의 정주 인구는 7만에 육박한다. 이것은 경북 문경시(인구 7만1천) 또는 전북 남원시(인구 7만 9천)가 대전 도심으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둔산 이후에 만든 관저, 노은, 도안은 중심지가 있는 근린생활형 자족 신도시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렇게 하면 대전은 지구별 중심지가 있는 다핵도시가 되어 균형발전이 가능했다. 최근 만든 대전의 지구들은 잠자리 말고는, 스스로 생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무엇보다 자족형 도시는 경기가 위축될 때, 자산을 보호하고, 유령도시로 가는 길을 막는 공간 장치가 되는데 말이다. 


(아래의 사진은 도시와 사람, 생태에 대한 철학과 기초, 도시 설계의 빈약한 실력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도안은 비수도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주도한 제2기 신도시 사업으로 조성한 도시이다. 제1기 신도시건설 당시보다 돈도 기술도 시간도 있었던 대전 유일의 제2기 신도시를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만들어버렸다. 도안신도시의 정주 인구는 7만에 육박한다. 이것은 경북 문경시(인구 7만1천) 또는 전북 남원시(인구 7만 9천)가 대전 도심으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심지가 있는 근린생활, 문화복합형 자족도시로 만들었어야 했다. 또한 과학도시답게 자연생태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탄소중립형 도시로 만들 절호의 기회였다.)




철학과 개념이 필요한, 도시는 무엇인가?

 

도시개발에는 막대한 재화가 들어간다. 여기에는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건설에, 수익의 음모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광역시 단위로 3000년 전 피라미드 공사 같은 것을 임기 안에 몇 개씩 착공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 놓은 도시 인프라와 공간의 수명은 1000년은 간다. 그런데도 자치구 행정 역시도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해 버렸다. 용적률을 높여 수익을 노린다고, 아파트 동간 간격을 숨 막히게 붙여놓고 수직으로 끌어 올리기만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도시 미관 뿐이 아니라 삶의 질을 해치고 있다. 무섭게 다가오는 저성장, 인구감소 시대에도 주변까지 과잉해 버린 아파트들은 미분양, 가치 하락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시에는 담당 부서가 있고 경관 조례도 있지만, 경관의 공공권 생사는 하지 않았다. 대전의 도시 경관, 자연 경관은 난개발 같은 사태로 가려지고 있다. 도시공사의 건축에도 디자인 혁신이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다. 신설 지구의 고유성은 살리지 못했고, 차별성 없는 도시를 만들어 놓았다. 도시공사가 대지 활용도를 높이고 다양한 도시 경관을 만들기 위해 어떤 R&D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개념이 없으면 혁신이라는 선물은 없다. 사유재산권 행사라고 주장하면 허가를 내 줄 수밖에 없는 행정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행정을 견인할 수 있는 지역정치, 시민공론, 자치행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속력의 도시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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