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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Sep 03. 2023

소프트파워는 어디에? 공공시설과 돈먹는 하마

​우리가 만든 도시에 대한 반성. 3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공공시설

 

도시학의 어머니 제인 제이콥스와 레르네르 쿠리치바 시장이 말하는 도시에 대한 일관된 주장은, 도시시설은 다양한 사람에 의해 다양한 시간대에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꾸만 무엇을 짓는다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그것을 유지한다고 다시 재원을 소모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다. 

 

한 자치구가 완공하고 사용하는 청소년 시설이 있다. 뜻도 목적도 좋은 시설이고 인근에 시장이 있어 입지가 좋다. 그러나 청소년 시설에 청소년 이용자는 (거의)없다. 일 층 벤치에 간혹 노인들이 앉았다 가는 정도이다. 청소년을 위한 공공시설이라면 프로그램에도, 건물에도 청소년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 

 

KT&G가 서울 홍대, 대치, 부산 서면에서 운영하는 문화복합공간인 '상상마당'에는 년 간 180만 이상의 청소년들이 방문했다. 그 건물처럼 카페, 디자인매장, 공연장, 갤러리를 배치하고, 창작실과 영화관을 넣고, 루프탑으로 마무리했더라면 청소년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 건물을 보면 자체가 딱! 관청, 공무원 스타일이다. 시립 박물관과 미술관, 심지어 안내센터까지 정작 수요가 몰리는 저녁이나 휴일에는 문을 닫고 퇴근을 한다. 그때, 그 시간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영업한다. 민간기업처럼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면 될 일을, 시민편의라는 개념이 없으니 상투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 중심으로 운영을 하는 마트나 편의점이 공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청소년 시설 일 층 공간. 건립에 뜻도 목적도 좋고 인근에 시장이 있어 입지도 좋다. 그러나 청소년 이용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 시설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청소년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최근 서구 갈마동에 지은 도서관까지 ...대전의 공공시설, 대부분 딱! 관청, 공무원 스타일이다) 




(KT&G가 운영하는 상상마당 홍대점, '상상마당'은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인기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써 년 18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대전의 청소년 시설도 이처럼 카페, 디자인 매장, 공연장, 갤러리, 창작실과 영화관을 넣고, 루프탑으로 마무리했더라면 청소년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예산을 따고 집행하는 지역 정치와 행정 메커니즘


소제동에 151억 원 예산으로 지은 '**전통**관'이 있다. 가끔 차를 마시러 소제동에 가도 땅의 기억, 주변과 조화, 지역 문화의 맥을 잇겠다는 취지와는 별도로 덜렁 지어놓은 그 시설은 언제나 썰렁하다. 2013년 건립 이래 유지관리에 지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하며,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편의점보다도 이용자가 적으며, 낡은 가옥을 고쳐 사용하는 카페들만큼도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러 관계자가 좋은 뜻으로 기공했던 지상 5층, 면적 3천367㎡ 건물은 왜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미안하게도 이 문화시설을 특정한 사례로 든 것은, 공공시설이 파생하는 지역문화와 경제에 대한 숙고 없이 예산 편성과 시행하라는 지역 정치와 행정 메커니즘이 오늘도 또 한 마리의 돈 먹는 하마를 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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