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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Sep 04. 2023

획일화는 안돼! 지구 개발에 몇 가지 유의점

우리가 만든 도시에 대한 반성. 4

어떤 도시가 아닌,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우리는 그동안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천착해왔다. 그러나 그 도시들은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도시가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시간에 사용되어야 한다면, 도시개발의 주체 역시 다양한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 도시개발의 실무팀은 과업 지시서를 작성하기 전에, 지역 주민, 상인 커뮤니티와 함께 도시 전문가, 건축가, 예술가, 수학자, 공학자, 시 관계자가 함께 모이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만나서 한 판씩 붙고 싸움을 하더라고 자유 토론, 열린 토론, 끝장 토론을 해야 한다. 리빙랩 방식의 디자인싱킹에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를 모으자. 더 이상 용역사 컴퓨터에 있는 평이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재사용하는 개발은 하지 말자. 지구 개발에는 시민 요구와 희망, 심미적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 시 행정도 용역에만 의존하면 실력이 붙지 않는다. 시민과 함께하는 브레인스토밍이 길어지더라도 스스로 개념설계를 해야 한다. 


 

1) 초대형 매머드 건물이 지구의 유일의 공룡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 공간은 다양한 시설과 기능이 들어갈 경제적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메머드 건물 몇 개에 모든 것을 몰아 놓지 말아야 한다. 마천루나 초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개발하면 개발비는 덜 들고 공사 기간은 빨라지지만, 큰 건물 하나가 지구 전체를 괴물처럼 빨아 먹는다. 동대구역부터 몇 곳 역세권 대형 쇼핑몰에서 볼 수 있듯이, 회의, 식사, 관람, 전시, 쇼핑까지 한 건물에서 다 처리하면? 지역문화와 골목 경제는 말라 죽지만 빌딩 경제는 돌아간다. 빌딩 밖? 치맥도 국수집도 어렵다. 초대형 쇼핑몰 밖 상권은 그늘지고 인근 지역은 급격히 슬럼화된다. 도심 공간은 크고 작은 건물이 어우러져, 다용도로 사용하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동대문 DDP, 이미지출처, Wikipedia)


(DDP,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 연면적은 86,574㎡. 평으로 환산하면 26,189평 정도로, 이 거대한 단일체 규모는 주변을 압도한다. 유감스럽게 서울 전통 문화복합상권 중심지인 동대문에 자리할 일은 아니었다. 당시 서울시가 자하 하디드의 안으로 결정한 것은 그녀의 세계적인 명성에 눈이 흐려진 탓같다. 이 건물을 한강을 끼고 있는 구리시나. 파주에 가져다 놓았으면, 이 메머드 건물을 중심으로 지구 설계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서울의 멋을 살리는 동대문 지구의 전통적인 문화, 상업 다양성은 2차 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2) 지구의 중심 건물은 여러 동으로 분할되어야 한다.


외부에 노출하는 동간 간격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걷는 통로와 가판이 설치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걷는 공간을 확보하는 만큼 자동차 유입은 억제할 수 있다. 그래야 주민과 소상공인들이 이벤트를 만들고 장사를 할 수 있다. 도쿄역세권 도쿄국제포럼은 아몬드 모양의 아트리움을 주 건물로 관람시설 A, B, C, D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각 건물 동은 내부에서는 연결되었지만, 외부에서는 독립적이며 유기적이다. 실제 걸어보면 아트리움 빌딩과 A, B, C, D동 사이의 공간이 협곡처럼 멋지다.


(tokyo-international-forum.도쿄포럼, 이미지출처, pranchetadearquiteto.blogspot)



3) 상권의 다양성, 전통 공간은 중요하다. 


따라서 단일한 사업군으로 상가를 연결해 상권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서울의 종로, 을지로, 도쿄국제포럼 인근 유락쬬, 오사카 스테이션시티 철교 밑 가게들은 그 시절 그대로 고스란히 영업한다. 전철이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락국수를 먹고, 스시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싱가포르의 걷는 거리 오차드 가(Street)에는 다양한 상점들 속에 재즈의 성소 같은 문화공간이 들어있다. 대전역 인근 인쇄 골목과 한의약 거리, 전통시장인 중앙시장등은 마천루 개발 사이 사이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은 살리고, 지난 시절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존치하는 마카오식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4) 지하 공간의 발굴, 언더그라운드 시티 


지하는 지상과 연결하는 허브다. 지하는 기후변화 시대에도 지상보다 적은 에너지로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모스코바는 지하철과 지하 공간을 작품으로 만들었지만, 그렇게 많은 예술적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대전에는 지하공간이 없다. 대전시가 사용하고 있는 대전역과 구 도청 사이의 공간을 지하상가로 부르지 말고, 지하에 갤러리, 헬스클럽, 학원, 쇼핑몰, 도서관, 공원도 있는 도시로 재생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홍콩과 타이완, 도쿄의 최고의 상권, 선형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다. 후쿠오카의 톈진 지하로는 품격높은 아케이트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글로벌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전자기기부터 시작하여 우동과 도시락까지 참으로 다양한 상품으로 경합을 벌린다. 서울시도 지하공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서울의 지상과 지하의 다양한 유휴공간 27곳을 발굴하여, 유명 건축가와 실력 있는 디자이너, 기획자가 참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슈퍼그라운드 서울 새로운 땅의 풍경 언더그라운드(Superground Seoul new groundscapes underground)’프로젝트를 했다. 삼성역과 무역센터 지하인 파르나스몰,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도시에는 매일 15만 명의 인구가 머물고, 즐기고, 소비한다. 대전도 지하도시를 만들자. 대전의 깊이를 땅속 깊숙이 내리자. 

 

 

(2016년 서울 지하철 삼성역과 연결된 지하 복합쇼핑몰 코엑스몰에 5만여 장서의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이 개관했다. 이 개방식 도서관은 센트럴플라자 중심에 약 850평 복층으로 구성했는데, 지하와 지상의 이동 통로로 사용할 수 있어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다. 코엑스몰은 지하가 지상 이상의 문화·경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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