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도시에 대한 반성. 10
공공 정책의 성과는 무엇으로 평가하는가?
정부와 도시가 생산하는 무수한 정책과 시설도 시민 생활(life style), 지역문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위(無爲)하다. 무위란 에너지를 낭비하고 돈은 쓰지만 '쓸데없다'라는 말이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는 물질문명에 경도된 그동안의 개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에너지, 탄소 중립과 코로나 사태는 별개의 인과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코로나로 확진자가 증가할 때, 부동산 가격 역시 미친 폭등세를 멈출 줄 몰랐다. 토지와 공간에 관한 관심이 폭증했다. 빌 게이츠가 콩으로 고기를 개발하고, 육식에 대한 생명권이 대두되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해야 하는 생태도시가 세계도시의 트렌드가 되었다. 자동차 이동을 강제적으로 줄이고, 보행 공간을 넓히는 실험이 잇달았다.
1972년 로마클럽은 “21세기 초에 이르면 지구 자원이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로마클럽의 현인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신자본주의의 탐욕이었다. 탐욕과 비이성은 지구가 폭발하기 직전 전까지도 달리는 설국열차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차별 확장과 속도에 대한 대안, 문명에 대한 반성, 관성에 의한 행정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힘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대전시 전경, 150만 시민이 사는 도시를 경영하려면 삶의 바닥을 살피고, 다양한 사람의 견해를 듣고, 입장이 다른 처지도 헤아리며, 세상의 고수들과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을 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질문이 없는 위원장이거나, 자신의 말이 너무 많은 위원장
몇 년 이상, 대전광역시의회의 의정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의회는 일 년에 몇 번 회의에 참석하고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위원회를 운영했다. 자문을 들을 생각도, 자문을 위한 토론도 없었다. 시 역시도 조례로 운영하는 위원회조차 토론은 없고 의결만 있었다. 전문가를 초빙해 듣는 흔한 세미나도 보지 못했다. 위원장이 개식을 하면, 부처에서 준비한 내용을 청취하고 위원들이 몇 마디를 나누는 것으로 끝을 냈다. 그 회의는 지난번과 다른 것이 없었다.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긴장감은 없었고 관계자 대부분 지적으로 나태했다.
대전에 필요한 넥타이 풀고 토론
(시정을 다루는 정책에 대해서도 시장이 부처장, 관계자와 함께 하는 심야토론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대전의 공공문화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급변하는 세상에 얼마나 상의하고 머리를 맞댈 것이 많은데 말이다. 토론을 이끌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은 질문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말이 너무 많다. 의제에 대한 지식이 없을수록 자신의 다루는 회의 시간은 짧아졌다. 다국적인이 참석하는 여러 다자회의에 참석해보면, 한 의제에 대해 회의 전부터 예비 회의를 하고, 몇 달씩 성명을 검토한다. 기업에서 전략회의는 몇 시간씩, 몇 날씩 이어가는 것이 많다. 벤처들이 하는 해커톤(hackathon)은 해킹과 마라톤처럼 초집중하고 수일 동안 날밤을 새운다. 군 작전과 행정은 신속해야 하지만, 광역시의 정책 수립에 토론 없는 거버넌스 운영은 심각히 개선해야 한다.
(2022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기간에 열린 한 공개 세션 모습, 정부와 도시가 생산하는 무수한 정책과 사업도 시민생활(life style), 도시문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위(無爲)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