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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Feb 04. 2023

도시재생의 전략과 공간 창조

도시재생 전략과 공간 창조 1

아울렛쇼핑만이 아니라 공공 SOC인 까닭 


왜 뉴욕의 우드버리 프리미엄 아울렛은 외곽에 있는가?


뉴욕을 찾는 여성들은 맨해튼 포트 오소리티 터미널에서 버스로 70분 정도 걸리는 우드버리 프리미엄 아웃렛을 찾는다. 쇼핑 홀릭 여성과 동행하는 남성도, 커플에 딸린 아이들도 맨해튼 북서쪽 220개 점포가 영업을 하는 우드버리로 가서 하루를 보낸다. 프랑스의 라발레빌리지 아울렛 입지도 파리 도심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외곽이다. 모스크바, 도쿄, 상하이, 부산 모두 도심과 떨어진 주변 지역에 아울렛이 있다. 그런데 이 멋진 패션 아울렛들이 도시 중심에 있지 않고 외곽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맨해튼 포트 오소리티 터미널에서 버스로 70분 정도 걸리는 우드버리 프리미엄 아웃렛

도심에서 떨어진 아울렛은 위치상거리상 시민이 하루를 즐기는 쇼핑과 공원이 복합된 유락의 성격을 갖는다이미지 출처, Shinya Suzuki, flickr)          


아울렛(Outlet)은 문화 트렌드다. 이름있는 메이커나 명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한곳에 모아 쇼핑 지구로 만든 아울렛은 198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하여 지구촌으로 퍼졌다. 한국에서도 아웃렛 파워는 막강하다. 어린이날 빅데이터를 보면 아울렛이 놀이공원을 제치고 검색 목적지 순위에 오른다. 


아울렛이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놀이공원과 주요 공항보다 검색 순위가 높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에버랜드에는 두세 번 가지 않더라도 평생 쇼핑을 이어기는 주부는 많다. 아울렛에서는 쇼핑과 오락이 있다. 퍼레이드와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대관람차, 수영장, 키즈카페가 있다. 복합 상업유락공간이다.  시장규모도 스마트홈, 게임, 카카오 택시 같은 온·오프 플랫폼을 웃돌았다. 2007년 문을 연 여주 첼시 아울렛 이래 10년 동안 신세계, 현대, 롯데 백화점 3사가 운영하는 아울렛은 30개에 이른다. 대전시 유성구는 용산동에 현대 아울렛 건축 허가를 승인했다. 대덕테크노밸리 특별 계획 구역에 총 사업비 2,140억 원, 대지 9만 9,690㎡에 건축 면적 12만 8,700㎡ 규모로 100실 규모의 관광호텔과 250개 매장으로 이뤄진 판매시설, 영화관 등이 입점하게 된다. 지구의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사업 계획이 반려한 지 1년 후 일이지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유감스러운 도심 배치용산동 현대 아울렛     


1. 도심 상권과 상생하려면 외곽으로 나가야 했다

대전에 아울렛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위치다. 용산동(테크노 중앙로) 현대 아울렛은 도심과 너무 가깝다. 도시 상권은 도심과 부도심, 중간지역, 주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상권 사이에 상생할 수 있는 거리가 필요했다.     


대전의 의류 사업자 대부분은 점주 1인에 종업원 1인 또는 2인 규모의 소상공인들이다. 매장은 대전역 중앙로 지하상가, 탄방동 로데오타운과 세이브 존, 월평동 패션월드에 밀집해 있다. 용산동 아울렛으로 구도심 상권과 의류 소매업자의 쇠락이 불 보듯 뻔하다. 뉴욕에 패션 아울렛이 타임스퀘어 인근에 있지 않은 이유는 상권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배려다. 세계 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소호에서도 싸면서 브랜드 파워가 강한 아울렛이 코앞에 있으면 힘을 쓸 수 없다. 당연히 소호의 패션 리더, 옷 가게 점주과 종사자, 주민은 인접 지역의 아울렛 설립을 용인할 수 없다.     


2. 대전의 동서 균형 발전은?

유성구 신동에 들어서는 예산 1조 4천 원 규모의 중기온가속기 사업을 계기로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 산업 축선이 형성된다. 엑스포 재창조사업 예산 1조 3천억 원 속에는 43층 메머드 빌딩, 사이언스 콤플랙스가 들어선다. 구암역 뒤에는 4천억 원 규모의 유성 복합터미널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사업비 현대 백화점 2천억 원 규모의 아울렛까지 들어섰다. 투자가 유성구에 집중되었는데 이렇게 되면 동구와 중구, 대덕구 경제의 운동장은 더 기울어진다. 

     

아울렛 같은 대규모 쇼핑타운 건설은 도시 발전 불균형을 바로잡는 칼로 써야 한다. 

행정타운인 법원이 오고 검찰청이 들어서는 것과는 달리 상업적 번영은 차원을 달리한다. 서울에 동대문 시장과 명동이 없다고 생각해보라. 서울시 구로는 외환위기 이후 마리오 아울렛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폐허 같은 공장지대였다. 나는 그 시절 마포에서 회사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그곳에 도심형 아울렛이 들어서고, 이후 벤처기업이 하나둘씩 터를 잡아 G밸리로 불리는 오늘의 모습이 형성됐다. 민간이 만든 상업시설이 집객성이 높은 공공SOC (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기반시설)인 앵커시설이 된 것이다.    

  

일본 관서 지방도 다르지 않다. 오사카 린쿠 아울렛(RINKU PREMIUM OUTLETS) 도심이 아닌 해안, 간사이 공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 사람뿐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주말에 쇼핑 겸, 해안가에 휴식 겸,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볼 겸 해안으로 이어지는 전철을 타고 린쿠로 모인다. 이곳은 한국 지자체나 상인 번영회 눈으로 보면 회센터를 만들 지역이다. 그러나 프레미엄 아울렛 덕분에 도시 축선은 오사카 중심으로부터 린쿠 해안까지 확대되었고, 외곽의 경제, 문화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오사카 중심지에 있는 산사이바시 도톤보리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전에서 아울렛 적지는 동구 산내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금산으로 빠지는 축선이나, 중구 서대전 IC 인근 진잠과 방동 저수지에서 논산으로 가는 방향이다. 대덕구는 청주에서 대전으로 들어오는 현도면과 신탄진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 살아날 것이고 대전의 지역 불균형은 그나마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3. 아울렛과 대형 쇼핑몰은 앵커시설, 대중교통 설계는 필수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연간 방문객은 800만 명이다.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은 200여만 명이며 롯데아웃렛 부여점은 연 300만 명이 다녀갔다. 이번 주말에도 아울렛을 오가며 정체를 일으키는 자동차들은 엄청난 탄소를 쏟아낼 것이다. 용산동 현대 아울렛과 43층 상업복합 시설인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 같이 집객성이 강한 핵심 앵커시설에는 교통영향평가와 더불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트램, 전철dl 시설 중심 지하로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이곳들은 자동차 없이는 오고 갈 수 조차없다.


      

4. 테크노밸리의 중심을 대기업에 내 주어야 했을까?

현대 프리이엄 아울렛이 있는 용산동은 대덕 연구단지 길목인 북대전 IC, 신탄진 IC와 인접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 국제컨벤션 지구로 추친하고 있는 대전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예술의 전당 일대와 북대전IC 사이의 중앙이다. 이곳에 배재대, 충남대, 한밭대 등 산학협력 캠퍼스가 있고, 중.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있어 땅값이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다. 이곳에 현대가 연면적 13만㎡를 차지하며 엉덩이를 깔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지가 수익으로 그동안 투자했던 비용을  뽑아낼 수 있다. 이른바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이 할 수 있는 도심형 알박기이다. 용산동 도시 계획 원안에는 국제 과학 비즈벨트 축선 상에 서울 가산 디지털 단지 같은 업무용 시설과 과학 컨벤션이 들어가는 것으로 아울렛은 없었다. 대전뿐만 아니라 세종·청주의 과학벨트 중심지를 대기업 옷 장사하는 매장으로 내어 주어야 했을까? 이곳은 과학수도의 신도시 라데팡스가 들어설 자리였다.          


(지역 상생을 위한 공간 배치와 구조가 필요했던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 대전시가 국제컨벤션 지구로 추친하고 있는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예술의 전당 일대, 북대전IC 사이의 중앙에 위치했다.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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