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 3
도시 자체가 창의와 혁신의 플렛포홈
스타트업 세미나가 난양공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있었다. 이 대학은 대전의 카이스트나 한밭대학교 같은 과학기술대학이다. 연구 실적, 논문의 질, 창업지원, 예산에서 서울공대, 포항공대등 아시아 대학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상위권 명문대학이다. 이 대학은 학사 과정에 20%, 석사 과정에 50%, 박사 과정에 70%가 외국인이다. 나무가 우거진 교정의 모습은 한국의 대학들과 별다름이 없었지만, 내가 놀랐던 것은 이 대학 창업 담당 교수가 약 200억 원 정도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교수는 자신의 학생과 졸업생 창업자 가운데에서도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
(난양공대 관계자가 창업지원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8년. 싱가포르 정부의 막강한 자금력과 투자, 글로벌 화상 네트워크의 지원 등으로 무서울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공과대학으로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아시아의 MIT로 불리운다. 이 대학은 창업지원을 위해 유한회사 형태의 NTUitive(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s innovation and enterprise company)를 운영하며 학생 기업가 및 창업동아리 교류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2018년 6월 12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김정은 국무 위원장과 미합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회담을 했다. 이 회담은 북한도, 미국도 자국으로 와서 회담하게 하는, 싱가포르의 경쟁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싱가포르 공화국(Republic of Singapore)의 면적은 740㎢이다. 대전시 면적(540㎢) 보다는 좀 크고, 부산광역시(770 km²)와 비슷한 크기에 인구 545만 명(2021년)의 도시형 국가다. 싱가포르는 과거 말레이시아 연방이었으나, 1965년 독립 당시까지 말레이계와 회교계 주민은 민족 분규에 몸살을 앓았다. 소련 연방이 알래스카를 가치가 없는 땅으로 여겨 미국에 헐값에 팔았듯이, 말레이시아 정부도 밀림 지대의 변방인 인구 160만 명의 싱가포르에 연방 탈퇴를 요구했다. 연방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싱가포르는 연방 보조금 없이 국가를 운영해야 했다. 이런 위기에 도덕적이며 확고한 리더십을 가진 젊은 지도자 리콴유가 빛을 발한다. 리콴유 총리는 공직자를 청렴하고 유능한 집단으로 조련했다. ‘기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라는 개념을 만든 자가 리콴유 정부였다. 싱가포르 공무원은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가를 육성하는 사회적 자산, 신뢰 자본이 되었다. 싱가포르의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는 ‘새로운 나라 건설’ 비전에 ‘다양성’이라는 매력을 부여했다. 소프트파워의 싱가포르는 연방 탈퇴 50년 만에 자신보다 500배 큰 말레이시아의 총생산을 추월했다. 싱가포르 1인당 GDP는 6만 달러(USD)로, 개인 소득 순위 세계 6위에 해당하는 부자 국민에 부자 나라이다.
싱가포르를 보면 ‘창의로운 도시 재원은 도시의 위치, 천연자원, 시장 접근성이 아니라 ’ 사람’이라고 한 호주의 문화경제학자인 데이비스 스로스비 교수가 생각난다. 윤종록 카이스트 교수도 도시 경쟁력은 소프트파워로써, 사람의 상상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쿠리치바의 레르네르 시장도 풍요가 아닌 오히려 결핍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모두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천연자원 없이도 거뜬하게 잘 사는 나라이다.
위기의 싱가포르를 이끌었던 리콴유의 발전 전략은 탁월했다. 부산시 정도의 크기로는 도저히 자족국가를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신개념의 도시를 설계했다. 제3세계에서 으뜸이 되는 글로벌 도시(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정부와 행정의 기준을 세계 수준으로 높인다. 영어를 사용한다. 글로벌기업을 유치한다. 도시 어메니티가 풍부한 디자인시티로 만든다. 물류, 금용, 관광의 허브 도시로 만든다. 현재 싱가포르는 의료, 교육, 통신, 교통, 안전 서비스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사업을 하려는 기업가, 엔지니어, 경영인, 전문가들이 싱가포르를 베이스캠프로 사용하고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청렴 強國 만든 리콴유, 영원한 國父가 되다, DBR 174호 일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