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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Feb 07. 2023

신성동, 과학마을의 라이프 스타일은 없는가?

도시재생 전략과 공간 창조 4

라이프 스타일이 없는 도시, 우리는 문화가 없는 주거지를 만들고 있는가?

      

한 달에 두 번쯤 신성동에 간다. 

매주 금요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순석 박사가 주관하는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모색하는 사람들) 모임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세미나를 마치면, 신성동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와인바에서 술 한 잔을 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 3년 동안 40여 번을 방문한 것 같다. 그러나 세미나가 없으면 신성동에 가지 않는다.  그곳에 갈 때면, 평소 존경하는 박사님들을 뵌다는 것에 마음은 설레지만,  대전의 대표적 과학 마을이라고 할 수있는 신성동에서 과학문화 또는 신성동 만의 멋과 라이프 스타일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동네 재미가 없다.      

          

(위성에서 신성동을 내려다본 사진대덕특구 중심에 있는 신성동은 언덕에 있고주변에 녹지가 풍부하다연구소라는 근무지도 인근에 있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15분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도시학자 페리가 말하는 근린주구로써 이처럼 좋은 입지도 없다. google earth)                   



개성없는 과학자 마을 가는 길     


ETRI를 나와서 가정로를 타고 가다가 신성동 들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림두리 아파트쪽으로 우회전하는 순간, 과학마을의 환상은 깨진다.  좁은 진입로에 들어가고 나오는 차들에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신경이 곤두서진다. 식당을 찾아도 주차할 곳이 없어 몇 바퀴나 마을을 돌게 된다. 겨우 차를 세워도 식당까지 가는 길에 보도를 침범해서 불법 주차한 차량과 도로에 무단으로 주차한 차들, 그 사이사이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이 신성한 기분을 잡치게 한다. 이렇게 골목에서 진을 빼다 보면 주말을 맞는 설레임은 저멀러 달아난다.                 

(교통 특례법이 무색한 과학마을 신성동 골목, 보행자가 아무렇지 않게 2차선 차도에 무단 주차한 차량 사이를 오가 가야 하는 것은 하나의 곡예!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 인물과 차량번호가 나오는 것을 피하려고 한밤에 찍은 사진이어서, 혼잡함임 담기지 않았다.)          

     


과학자가 가장 많이 살고있는 동네, 무엇이 다른데?


연구소가 많은 서울 홍릉보다도 과학 종사자가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곳은 대전 신성동이 아닐까 싶다. 대전에 사는 연구원은 총 3만 7357명(2020년 기준)으로 박사, 석사 학위자들이다. 신성동은 90년 대, 대전연구단지 배후의 근린생활 주거지로 개발한 지역이다. 근린생활지역이란 일반음식점, 테니스장, 공연장, 금융업소, 사진관 등 주민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 건축이 가능한 지역을 말한다. 보호 녹지로 둘러싸인 연구 단지에서 이런 용도의 지목을 얻어내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지도를 보면 신성동 자체가 얼마나 혜택받은 명당? 인지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대덕연구단지를 설계했던 사람 살기에 좋은 용도로 대전시 땅에 '알' 박기를 하며 과학자를 우대한 것이다. 그러나 ... 그것까지였다. 정작 생활과 문화를 설계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언덕 위로 잡는 황제의 빌라    

  

로마의 티베리우스 황제와 귀족의 빌라가 있는 카프리섬은 좁은 언덕으로 이어져있다. 

구릉지에 있는 고대 로마의 도시는 오르는 맛, 걷는 재미들이 있다. 신성동의 지형은 대전에 드문 언덕배기가 있다. 그 멋진 섬같은 도심 언덕인 신성동에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것은 난개발처럼 섞인 공간 구조이다. 신성동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서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뒤섞여 버리고 있으며, 버리는 장소 또한 제대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것은 당초 지구 지정이 아니라 신성동 안의 택지와 도로, 이면도로, 공원, 주차장등 설계의 문제였다. 좋은 땅이 아깝다.          

      

(고대 로마 황제와 귀족의 빌라가 있는 카프리섬, 전체 면적 10.4km²에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동차를 억제하여, 문화유적과 자연생태를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왜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는 원로원이 있는 로마를 떠나 이 섬에 살았으며, 어떻게 제국을 통치했을까? 해안에서 구릉지대로 오르면서 고대 로마의 휴먼스케일을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신성동 해발이 높은 곳에 금성초등학교가 있다. 가장 좋은 위치에 학교를 만든 것은 페리의 근린주구 이론이 침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르레쌍스식 도시 설계라면 지금 금성초등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 GS 25 자리에는 광장을 조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 틈틈이 작은 쌈지공원을 만들고, 광장에서 공원들로 이어지는 차량이 다니지 않는 이음길을 조성했다면, 그 사이 사이로 작은 도서관, 공연장, 화랑, 카페들이 들어선다. 그렇게 했다면 신성동은 철도길 선형 가로 공원인 서울 연남동처럼 녹음에 뒤덮힌 과학문화 마을이 되었을 것이다.           


금성 초등학교 맞은편에 유성 경찰서 신성지구대가 있다. 그 건물은 유성구의 공공 디자인 수준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마을 방문자, 초등학교 아이의 시선을 많이 점유하는 건물의 다지인은 숙고해야 한다. 

몇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이 건물을 무엇처럼 보입니까?

"공용 화장실!"     


대덕단지에서 들어서는 이 마을 진입로에도, 과학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나 파사드가 없다. 커다란 식당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띌 따름이다. 지구 단위의 전폐율과 용적율에 대한 기준은 있어도, 괴상히 크고 눈부신 간판이 밤의 호젓한 경관과 분위기 다 잡아먹어고 있다. 신성동에는 마을 공간에 박여 있어야 하는 마을 규모의 갤러리, 과학 도서관, 사랑방은 어디에 있는지? 왜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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