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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쿠시마. 개념의 설계는 세상의 설계

도시 만들기의 개념 설계와 시뮬라크르

by 강대훈

개념 창조는 세상을 만드는 것


개발에 선행해야 하는 개념 설계와 시뮬라크르


자연에 사람이 손을 대면 문명화가 이루어진다. 그 문명은 자연과 상호작용을 한다. 좋지 않은 개발을 하면 자연도 사람도 급격히 나빠진다. 귀신이 나오는 시설이 되거나, 유령도시가 된다. 더구나 채권에 발목 잡히는 투자를 유치하면, 경제학의 명제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된다. 나빠지는 것이다. 개발의 시작에는 테이프를 끊고 샴페인을 터트리지만, 자본만을 위한 개발을 하게 될 때는 사람과 자연은 서로를 망치고, 투자보다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생태 자연을 개발할 때는 사람과 자연, 주민과 외래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와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콘텐츠와 디자인과 효과를 동시에 담는 그릇은 개념화이다. 그 개념의 아이디어를 만들 수 없다면, 100년이 지나도 유용하게 사용할 자신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방략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에서 나오는 "호우시절(好雨時節)"을 '좋은 비는 시절에 내린다'로 해석하면 안 된다.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내린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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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회사 브랜딩 vs 성숙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지역 개발 방식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에일 (Ale)과 라거(Lager)로 나눌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것은 각기 자신의 장르에 수 백, 수천 종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해양과 대륙으로 나눌 수 있는 지구 행성에 1만 3천 개가 넘는 도시가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맥주 회사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마케팅을 어떻게 할까?

맥주를 비롯하여 소비재를 다루는 회사의 신제품 출시와 브랜딩은 연역적이다. 연역이 좋은 전략을 만나면 비용은 덜 든다. 다 시도해 보고 다시 수정하는 귀납보다 힘이 강하다.


1) 개념을 만든다.

맥주 회사의 브랜드 전략팀은 소제와 제조 방식만이 아닌, 기존의 것들에서 틈새를 벌리거나, 아니면 새로운 개념을 생각한다. 라거는 예일에 비해 새로운 개념이었다. 라거에 라이트를 붙인 라이트 라거는 진화시킨 개념이다. 그런데 드라이는 완전 신개념이다. 도대체 액체를 지칭하는 것에 드라이(Dry)라는 부조리가 어디 있는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슈퍼 드라이라는 개념으로 맥주 시장을 장악했다. 액체를 건조하게 말려 기화시키는 화학작용이 아닌 개념으로 시장을 만든 것이다. 철학자 들뢰즈와 카타리의 방식으로 말하면, 있지만 없는 차이를 찾는 것, 그것에 걸맞은 단어를 찾아내는 것, 개념을 만드는 그것은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그것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맥주 회사는 기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는 시점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그것의 본질은 5,000년 전부터 있었던 맥주 재료인 맥아, 홉, 효모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색다른 원료인 인삼을 첨가하는 것도 아니다. 개념을 먼저 만들고, 사물과 연결하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2) 마케팅의 페르소나

브랜드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신제품이라는 마차를 튼튼하게 이끌어갈 페르소나를 정한다. 신발매 맥주의 타깃이 40대 남성 직장인라고 하자. 그렇다면 40대 남자가 주연급 페르소나가 되고, 40대가 욕망하는 20대 여성이 또 하나의 페르소나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 맥주 광고 모델에는 40대 남자, 20여 여성이 나온다.


3) 개념에 맞는 이미지를 만든다.

개념에서 이미지로 갈 때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등장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가상을 만드는 시뮬라크르는 실제 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공물을 말한다. 광고는 시뮬라크르이다. 신제품 광고가 구매로 이어지게 사람의 인식을 침투하기 위해서는 '뒤 맛까지 깔끔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녹차만 마실 것 같은 인상의 여성이 맥주 포말이 채워진 글라스를 들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맛의 시각화라는 전환, 순수라는 이미지에 알콜이라는 부조리가 탄생한다. 뉴턴의 물리학이 아닌 시뮬라시옹의 세계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시나리오를 짜 놓은다. 그 다음에는 새 상품에 어울릴 것 같은 장소로 이동하여 촬영을 하고, 소리로 의식을 조작하는 CM을 만든다. 로케이션에서 만든 이미지는 수만 장의 포스터로 제작하여, 도시의 벽마다 붙여지고, 수백만 장, 수 천만 장 이상으로 이미지의 복제물이 되어 웹에 뿌려진다. 이것들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박힌다. 그래서 그 신발매품은 마셔도 살찌지 않으며, 담백하지만 섹시하며, 심심이 청량해질 뿐이다. 개념의 시뮬라크르, 위의 모든 것들은 실제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선행하는 것이다. 개념과 이미지가 신세계를 만든다.


4). 위와 같이 시뮬라시옹의 각본을 완성되면, 주요한 거리에 팝업 스토어를 만들고, 투자를 집중한다. 기업은 전쟁에 대한 모든 전술을 다 구사하며 판촉 전쟁에 들어간다. 이렇게 출시 후 전격전을 치르며 반 년이 지나면, 시장에서 맥주 전쟁의 성패는 어느 정도 결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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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시대, 도시 마케팅의 순서


대부분의 도시 마케팅은 맥주 회사와 반대로 갔다.

1) 빈 공간이 있으면 개발을 시작한다. 빈 공간이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시설부터 만든다. 지역의 단체장이 힘이 강하거나, 지역에서 한 정당이 의회 의석의 과반 이상을 점유할 때는 이러한 개발에는 속도가 붙는다.


2)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시설을 대상으로 홍보와 광고를 한다. 이러한 시설, 지구, 도시는 수많은 유사성에서 미로에 빠진다. 사세보는 가고시마, 오이타, 나가사키, 한국의 사천과 진해, 마산과 분명 다른 곳이지만, 그 도시에 있는 시설들은 비슷비슷하다. 눈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한다면 어느 도시에 왔는지 알수가 없다.


3) 개발은 방향성을 갖는다. 한번 시작하면 사단이 나기 전에는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차별 없는 개발은 퇴로 없는 어둠 속에서 방황을 한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죽기 전에는 왜 멈출수 없는 것일까? 에반게리온에 출연하는 신지의 독백처럼 심지어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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