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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현실에 선행한다. 구주큐시마 재생의 방식

도시 만들기의 개념 설계와 시뮬라크르

by 강대훈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떤 개념을 만들고, 어떤 이미지로 현실을 인도할 것인가?


사물에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즐거운 방법


나는 섬과 해안 도시에 올 때, 그 섬과 어울리는 음악과 노래를 생각한다. 이상하게 산에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산에서는 결기가 생기고 차분해 진다고 할까? 바다에서는 흔들린다. 가수 장범준이 부른 '여수 밤 바다'는 크지 않은 항구도시 여수를 일순간에 낭만의 도시로 변화시켰다. 여수는 그전에도 항구가 있었고, 연락선도 오고 갔지만, 그 단순한 멜로디에 몇 번 흥얼거리지 않는 가사의 '여수 밤바다'를 듣고 수많은 청춘 남녀가 여수를 찾았다. 여수는 한 곡의 노래로 청춘의 무대가 되었다.


그날 구주쿠시마의 언덕을 오를 때, 후쿠오카에서 벳푸로 넘어오는 길에 잠시 들렸던 쿠사센리의 풍광이 떠올랐다. 풀의 천리라는 이름처럼, 산 중턱에 초록의 평원이 시원하게 펼쳐 있었다. 군데군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해안에 올라온 물개처럼 보였다. 그날 쿠사센리는 일렁이는 초록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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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구주쿠시마의 구릉을 오를 때, 눈부신 햇살에 겨울 찬바람이 다도해의 섬과 섬 사이에서 불어왔다. 뭍으로 바다로 이어지는 다도해, 그 하나로 있는 구주쿠시마에 어울리는 음악은 무엇일까?


미샤의 'Everything' 첫 단락과 중간에 "스쳐 지나가는 시간 속에 당신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죠"라는 가사가 아닌, 그 노래의 운율이 떠올랐다. 미샤는 나가사키현 출신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가수이다. 그녀의 성조는 카펜터스처럼 높지 않아 여러 번 들어도 부담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qBnrR1RjU



구주쿠시마 개발에 성급하지 말아야 한다. 사세보시가 따뜻한 마음을 담아 자연에 말을 거는 방식으로 느린 개발을 하기를 바란다. 이 섬에서 올리비아 뉴턴 존, 미샤, 장범준의 노래들을 몇 번이고 들어보자.


2025-01-24_16 (1).png 이미지 제공, 충남대학교 김규용 교수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떤 개념을 만들고, 어떤 이미지로 현실을 인도할 것인가?

사도와 계속되는 전투를 하던 신지와 레이가 초호기에서 내려 안식을 얻는 새로운 버젼의 에반게리온 랜드 같은 것을 상상하다면 어떨까? 연출의 배역을 바꾸어 자연이 주연을 하고 사람이 조연이 되는 시나리오로 개발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그곳은 풀만 자라도 좋은 곳이다.



2025년 1월 6일부터 10일까지 충남대학교 LINC3.0사업단과 HUSS의 교원 및 학생, 지역 산업계 32명의 방문단은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와 후쿠오카시를 방문하여, 도시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지역 재생에 대한 전략을 도출하는 교류 협력 활동을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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