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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과잉, 도시브랜딩 어떻게 할 것인가?

지구촌 100개 도시, 30년 여행에서 만든 도시창조의 법칙

by 강대훈

춘천으로 향하는 네 번째 열차 08시46분


춘천으로 강의를 가기 위해 용산역에서 ITX-청춘, 경춘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산역 중앙홀에는 대한민국 226개 지방자치단체가 경쟁하며 내놓은 수많은 지역 특산물, 산업단지, 축제, 관광 상품의 광고가 벽면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장이거나, 특별한 체험이 있거나. 일터가 아닌 이상 이 도시들에 관심이 있을까? 독자와 함께 도시를 브랜딩 하고 마케팅하는 나의 긴 여행은 용산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네 번째 열차 08시46분에 시작되었다. 철도뿐이 아니라 전국으로 뿌려지고 있는 자자체의 광고들이 과연 관광과 투자를 유입할 수 있을까? 이 많은 지역 특산품과 축제, 산업단지를 사람들에게 기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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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가짓수보다 많은 지방도시


한국의 식품 시장에서는 124종의 라면이 출시되고 있다(2025년) 한국에는 라면의 가짓수보다 많은 도시, 226개의 지자체가 있다. 여기에서 쏟아내는 정책과 서비스, 지역 특산물은 수 만종에 이른다. 그러나 전국의 자자체가 각종의 라면을 출시하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처럼 매출이, 수익이 높은 것도 아니고, 마케팅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농심의 3조 원이 넘는 년 간 매출 가운데 신라면 한 품목만 해도 전 세계로 수출하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같은 시기 226개 지자체의 총 예산 규모는 약 326조 원 (참고, 행안부2025년 지방예산 현황)으로 인구 3만 단위의 기초 지자체도 약 5,000억 내외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도시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는 1,741개, 아시아에는 수만 개, 전 세계적으로는 150,454개의 자치 도시가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천연자원, 에너지, 인재, 자본등 한정된 자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아세안, 아프리카, 중동, 남미, 인도에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반면에 한국 도시들은 노령화, 인구 감소, 저성장이라는 늪에 빠져 있다. 지방 도시는 소멸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을까?


지방 재정을 망치는 개념없는 지역 사업


휴양 도시를 표방한 한 지자체의 의원실에서 차를 마셨다. 이때 배석한 관광 과장은 국비 사업으로 300억 원을 들여 만든 힐링센터가 몇 달째 하루 방문객이 열 명도 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다고 털어놓았다. 보통 300억짜리 시설의 유지에는 년 간 3-5억의 유지비용이 든다. 이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지자체는 유교의 수도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었다. 대다수의 국비에 도시, 시비 포함하여 3,000억 원 이상을 들여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컨벤션 센터를 건립했다. 그렇지만 사업은 여기까지. 국제적인 시설이 영어 홍보조차 하지 않았고 이렇다 할 전시회를 유치하지 못했다. 거대한 공간을 체우는 방법은 읍면 단위의 마을 잔치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한두 개가 아니다.


브랜드력 확보는 도시의 절대 과제


외래 관광을 유치하고, 기업과 투자를 끌어와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모든 도시의 과제이다.

서울과 인천은 도시 발전의 휠라이휠이 돌고 있어 국제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그 밖의 도시들은 슬로건은 있지만 글로벌 전략이 없다. 글로컬 도시가 되지 않으면 광역단체도 시골일 뿐이다. 또한 도시의 사업들은 표준화되어 있다. 판에 박힌 디자인과 포장 속에 ‘지역 특산물’이 출시되고, 어디를 가도 비슷한 공공 인프라가 조성되며, 뻔한 시설에 관광진흥을 위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


나는 청장년 시절에는 해외 도시와 거래하는 무역을 생업으로 삼았고, 30년 이상 한류를 마케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천 개의 상품을 취급하고 수백 개의 상품을 수출했다. 7만 여 기업을 지원하는 한국무역협회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국가 전략을 자문하는 대통령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100개의 도시에서 1,000개의 현장을 방문하고, 1,000개 넘는 기업들에게 마케팅 전략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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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는 도시에서 나온다.


오랫동안 지구촌 현장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점은 '국부는 도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도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류 인재와 기업,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도시 브랜드력은 컨설팅사의 솜씨가 아니라 도시의 역량이며, 시민 문화 수준의 발현이다. 브랜딩이 된 도시에 있는 시민과 기업은 일류가 된다. 그 도시에서 만드는 서비스와 상품은 명품이 된다. 브랜드력이 없는 3류 도시에서의 삶은 시시하며 명품을 만들 수 없다.


상품을 가지고 산업 전선에서 청춘을 보냈던 나의 관심은 일류 상품과 서비스, 창의적 기업이 탄생하는 도시로 수렴하게 되었다. 지구촌 도시들을 걷고, 보고, 느끼고, 거래했던 실감, 실용, 실계의 오랜 작업을 통해 도시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전략을 만들었다. 이제 독자는 이 오랜 여행자를 가이드 삼아 우리의 도시를 번영으로 이끌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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