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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도애

한강 사망사건

내가 처음 술을 마신건 6살
큰아버지 밭에 따라갔다가 마신 막걸리

내가 처음 돈내고 술집간건 고2

내가 처음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재수하고 또 떨어진 걸 확인한 저녁 재수친구들과 마시고죽자 하고 마시고나서 지하철 역 입구에서
나 얼어죽을까봐 친구가 내 다리를 비벼주던 기억.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술을 잔뜩 먹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내 오른손 주먹은 피투성이고
난 내 방에 누워서 깼는데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그 때 그 두려움이란...정말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누굴 해쳤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 이후로 술을 자제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결혼 이후에도 술로 인해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음주운전으로 정지도 당해보고 취소도 당해보았다.

블랙아웃.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기억이 좀 나겠지 라고 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집에서 깨어난다.
정말 여러번의 죽을 고비와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살려준 친구들이 있었고...
어떨때는 친구들도 어쩌지 못하게 혼자 달아나서 없어지고 길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집에 혼자 귀가한적도 많다.

택시기사에게 퍽치기 당한적도 있고...

한겨울에 한강에서 친구들과 술마시다가 강에 비친
가로등불빛이 이쁘다고 건져오겠다고 뛰어들었다가

힘이들어 강가로 나왔다가 친구에게 귀싸대기 맞은 적도 있고...

그래도 다행히 다행히 나는 깨어보면 집이었다.
귀소본능은 정말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

한번 끊어진 뇌의 회로는 내 조절 밖의 일이다.
지금도 여전히  빨리 많이 마시면 다음날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평소와는 전혀다른 사람이 된다.
아주 유머러스해지거나 아주 폭력적으로 변한다.

35년을 그렇게 피터지면서 이제야 술에서 조금 자유로와 졌다.

요즘 한강대학생 사고에 세상이 들썩인다.
아들을 키우는 아비로서 너무나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제일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남겨진 가족에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길 진심로 기원한다.

또한 쉽진 않겠지만 진실이 진실 그대로 밝혀지길 바래본다.

과거 가수 김성재씨나 김광석씨  사건처럼 미궁에 빠지지 않길...기도해본다.

그러면서도 친구를 잃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가 정말 아무런 해를 주지 않았기를 기도해본다.

이미 이 친구는 평생 살아가기 고통스러울 만큼의 시련이 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죽음보다 더 괴로운...
이걸 바라보는 부모도 얼마나 괴로울지...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한 청년이 죽었고 한 청년은 싸이코패스가 아닌 담에야
이 세상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두 가족의 부모 모두 가슴 절절히 애가 끊어질 것 같다.

바라건대 진실은 진실대로 밝혀지고 죄가 있다면 벌을 받고 남겨진 사람들이 모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길 진심담아 소망해본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기적이 있음에 감사하고 수백번의 죽을고비를 넘긴 내 남은 삶을 세상을 위해 쓰다 하늘이 부르는 날 기꺼이 돌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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