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을 묻다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인지, 새로움을 즐기는 스타일인지, 슴슴함에 끌리는 편인지 같은. 나는 너무 맛이 세거나 튀는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입 안에 한가득 넣는 일도 거의 없다. 감당 가능한 만큼만 들어와야 그 맛이 즐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도와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내 삶의 태도가 입맛에도 그대로 반영이 됐달까.
자기이해를 다루는 한 워크샵에서 코치님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은 다소 밋밋했지만 답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그 좋아하디 좋아하는 초밥, 탕수육, 설렁탕을 제치고.
코치님은 1차원적인 대답을 깊게 파고들었다. 이유는 무엇이고, 이유의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물으며. 장사를 하느라 얼굴 보기 힘들었던 엄마는 유독 된장찌개를 자주 끓여주셨다. 시래기, 냉이, 감자 등 제철에 맞는 재료를 넣어서. 사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된 건지, 내가 좋아하니까 엄마가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된장찌개는 엄마의 사랑과 부재가 뒤섞인 음식이란 점이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 하나로 결핍을 마주하다니.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후 종종 대화의 소재로 사용한다.
내게 좋아하는 음식은 단순한 취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체성,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따위를 알아낼 수도 있으니까. 비단 음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테다. 뭐가 됐든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파고 들면, 나에 대한 유의미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궁금하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한마디 건네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그 이유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