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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Mar 09. 2020

태풍불 때 연날리기

후쿠시마

2012년 여름.

 뉴스에서는 연신 후쿠시마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이야기만 흘러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누수는 해류를 타고 동해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가보지도 못하고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었던 후쿠시마. 

그것도 그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내 생계를 위협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후쿠시마 사고는 작년에 일어났다. 그 당시만 해도 후쿠시마의 사고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고 참 안됐다는 생각만 했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뉴스에서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누수가 바다에서 잡히는 고등어와 명태가 오염시켰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 해산물이 오염될 것이라는 부풀려진 소식들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운영하던 초밥집 매장의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일본’이라는 글자를 혐오하기 시작했고 일본어가 들어간 식당들과 매장들 경영난에 허덕였다. 

나는 성격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뭐라도 해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영하던 초밥집의 메뉴를 좀 한식스럽게 바꿔 손님들의 머릿속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를 조금이라도 빼주고 싶었다. 일본식 돈가스에서 한식 돈가스 쪽으로 메뉴 콘셉트를 바꿨고 초밥 메뉴를 줄였다. 또 몇 가지 메뉴를 추가해 일본 느낌을 최대한 빼보려고 노력했다. 간판도 일본 요리 전문점이 아니라 우동 돈가스 전문점으로 바꿨다. 

하지만 초밥집으로 시작한 식당을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내 예상과는 달리 역시 매출이 늘기는커녕 일만 많아지고 직원들은 더 힘들어했다.

 매출은 끝도 없이 내려가 앞으로 더 매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접어야 할 정도로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효과가 미미했던 시도는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 콘셉트로 바꿔서 영업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후쿠시마는 조금씩 기억에서 사라지고 정말 힘들었던 1년이 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매출이 회복되기까지는 거의 1년 반이 걸렸다.      


지금 코로나 19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치사율이 낮지만 전염성이 높아 그전 어느 전염병 때보다 결국 죽어 나가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로 인해 거리에는 사람이 다니질 않고 소비는 말할 수 없이 위축되었다. 

지금 나부터도 후쿠시마 원전 때의 매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음식점 사장들의 문의가 잦다. 

로드 매장을 배달 매장으로 바꿔야 하는 것인지...

하고 있는 식당을 접어야 하는 것인지.

콘셉트를 바꿔야 하는 것인지...     


20년 동안 식당을 하며 겪었던 경험을 등에 지고 이야기한다면 그냥 가만히 기다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큰 태풍이 몰아 칠 때는 그 태풍에 맞서기보다 최대한 그 몸을 낮추고 그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물론 태풍이 지나가면 그 자리는 초토화될 것이다. 그동안 벌어 놓았던 돈도 까먹게 될 것이고 심하면 빚은 더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이전 상황보다 당연히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내가 했었던 것처럼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훗날을 도모하기에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이럴 때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비상식량을 써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여름이 지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소비는 생각보다 빨리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외식업의 물갈이는 의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외식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했던 사람들은 물러날 것이고 살아남은 사람은 그전 상황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19로 매출 상승을 보았던 배달매장들은 그때 가서는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로드 매장의 매출이 회복될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경쟁이 심화된 배달업의 수익률은 더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배달 매장으로 전환한 매장들은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20년간 그래 왔다고 말해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본 세상은 풍선과 같다 한쪽이 커지면 한쪽이 줄어든다. 

물론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힘들다면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견딜 수만 있다면 지금 뭘 바꾸려 하지 말고 앞으로를 잘 준비하고 견뎌내서 반사이익을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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