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놀이터라는 데에 갔다.
생각해보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놀이터인데 언제가부터 아예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바뀐 지는 한참 되었을텐데 나는 영 어색하다.
모래 대신 색깔있는 고무블록이 깔려있는 바닥의 색도, 걸을 때마다 튕기는 느낌도, 비 온 다음날 타면 엉덩이에 녹이 그대로 묻어나 한소리 들었던 시끄러운 미끄럼틀 대신 구부러진 원통 모양으로 매끈하게 생긴 플라스틱 미끄럼틀도,
탈 때마다 엉덩이가 아팠던 철제 시소 위에 올려진 방석까지 낯선 것 투성이다.
위생 문제 때문에 놀이터에 모래 대신 깔리기 시작한 고무블록은 분쇄한 폐타이어를 가공처리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여전히 안전성 논란이 있다고 한다. 다 크고 난 후에 놀이터 모래가 매우 더럽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특히 요즘은 애완견 배변 문제가 있어서 더욱 그렇다나.
비가 오고 나면 다같이 모여 모래로 성을 쌓고 손등 위로 모래를 토닥토닥 덮어 두꺼비집을 만들고, 집끼리 물이 흐르는 수로로 연결하던 흙놀이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만 오면 물이 가득 차던 그 아파트 놀이터의 시설도 꽤 열악했던 셈인데, 아이에 불과했던 나에게는 그저 즐거운 놀이터였다. 세상에는 몰라도 좋은 진실이 꽤 있는데 놀이터에 대한 이런 이야기도 차라리 몰랐다면 나았을 것 같다.
그래도 둘이 짝지어 한 명은 앉고 한 명은 서서 그네를 타는 풍경만은 여전하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바람을 맞으며 실제로 기구를 타는 느낌은 쉬이 잊혀지지 않으니까.
가끔 놀이터에 나가서 그네라도 타봐야겠다. 너무 오래되어 놀이터에 대한 내 기억이 다 빛바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