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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Oct 07. 2015

날 좀 봐요, 날 좀 봐요.

<**유학>이나 <**웨딩홀> 등이 커다랗게 적혀 있는 나무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종종 마주치게 된다. 거의 혼자다. 두 사람 정도라고 해도 각각 다른 팻말을 들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두 명이 함께 들고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서 민망하지 않으려나?'는 생각은 기우.  어쩌다 뚫어졀 쳐다보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친다. 잘 보이기는 하지만 이 현수막은 온통 영어인데다가, 자세한 정보도 나와 있지 않은 불친절한 광고판이다.

이렇게 사람을 몇 시간 동안 세워놓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과연 저 팻말이나 현수막을 보고 그 업체에 찾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볼 때마다 의문이다. 이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건물 외벽의 유리에 담배를 피러 나온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비친다. 흡연구역이라지만, 지나가는 보행자들은 꼼짝없이 그 담배연기 세례를 받아야 하고,  저 현수막을 들고 있는 두 명 역시 마찬가지다. 

둘은 한 현수막을 들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거나 대화하지 않는다. 혼자 하든, 둘이 하든 다르지 않다. 팻말을 붙잡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이어폰을 꽂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뽑는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았다. 키워드를 몇 번 바꿔가며 검색을 했더니 '피켓알바'라고 나오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모집 요강은 다음과 같다. 이메일로 이력서를 제출하면 검토 후에 개별 연락을 준다고 한다.

- **역 *번 출구 인근에서 피켓만 들고 있으면 됨(스탠딩 홍보)

- 만 20세 이상 남녀 누구나 지원 가능

- 복장 자유(마스크 및 모자 착용 가능)

- 성실히 근무시 보너스 지급해드립니다.

- 용돈벌이 하시면서 공부하실 대학생 및 휴학생 환영해요.


마스크나 모자도 허락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었구나, 를 처음 알았다. 

보너스 지급의 기준은 뭘까? 짝다리로 서 있지는 않은지 하루종일 누군가 감시라도 하는 걸까? 오히려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서 있기만 하는 거니까 뭐 어려운가 싶겠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파는 것이다. 얼마간의 시급으로 환산될 그 시간이 부디 값진 시간이 되기를, 두 사람이 무사히 알바를 끝내고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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