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크림, 오일. 당신은 어떤 스파게티 파인가?
나는 단연코 오일을 선택한다. 집에서 종종 휘리릭 만들어먹기도 하고, 잘하는 집이라면 꼭 한번 먹어보는 메뉴 중의 하나다. 단순하고 담박한 맛이 마음에 든다.
크림은 어쩌다가 느끼한 게 매우 땡길 때, 잘 할 줄 모르니가 밖에서 먹을 때만 종종.
그렇다면 토마토는? 밖에서나 집에서나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아주 갑자기, 토마토스파게티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것도 시판 토마토소스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진짜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이용해서.
토마토와 양파, 스파게티 면과 돼지고기 간 것을 사왔다. 가지는 너무 싸길래 같이 충동구매.
깨끗이 씻어서 가지런히 올려놓으니 이것만 봐도 군침이 돈다.
그럼 스파게티를 만들어볼까?
일단 토마토를 삶는다. 그 동안 양파를 잘게 썰고, 가지는 좀더 크게 잘라둔다.
토마토가 다 삶아지면 껍질을 벗기고 자른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삶아낸 토마토는 뜨겁다. 그리고 자르는 것도 쉽지 않다. 자르는 게 다가 아니다. 자른 것을 소스처럼 걸죽하게 만들어야 하니 뭉근하게 뭉개주어야 한다. 믹서를 쓰면 쉽겠지만 믹서가 없다. 결국 자른 토마토를 열심히 눌러주었는데 토마토가 누를 때마다 미끄덩미끄덩 옆으로 빠져나가버린다. 에잇, 일단 대략 뭉그러진 토마토를 냄비에 담고 무작정 끓이기 시작한다.
이것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양파와 마늘,가지를 넣고 볶는다. 냄새는 기막히다.
계속 토마토를 휘젓고 눌러주다가 돼지고기 간 것을 넣고 끓인다. 이때 양파와 마늘을 먼저 넣는다.
면을 삶기 시작한다. 소스가 다 된 것 같으면 볶아놓은 가지도 넣고 뒤적뒤적해준다.
삶은 면에 소스를 부어준다.
사진 속의 이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데 2시간쯤 걸렸다. 맛은? 맛있긴 한데 감탄할 정도로 맛있지는 않다. 토마토소스보다는 확실히 보드랍고, 식감이 좋긴 한데 이것 때문에 소스를 만들어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맛이다. 그래도 맛은 있다. 배고파서 맛이 있는 건지, 맛있어서 맛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는 그냥 올리브오일 스파게티를 해먹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