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메이 Oct 12. 2015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어느 오래된 동네 골목에서 발견한 우편함. 

녹색 철사줄을 이용해 바구니를 고정시켜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떼다 만 '우편물 도착 안내서' 스티커가 이 바구니의 용도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해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집 풍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빨간색 우체통, 'POST'라고 쓰여있는 그 단순한 디자인이 꽤나 멋있어보였는데, 이런 소박한 우편함도 마음에 들어온다.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멋스러운 풍경, 비싸지도 않고 고급지지도 않지만 작은 바구니 하나를 잘 살려 쓰고 있는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집배원 분들도 이 집에 우편물을 배달할 때는 괜히 한 번 슬며시 웃음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 우편함에는 전단지나 요금 고지서, 대출 안내나 할인 광고지 같은 딱딱한 우편물 대신 손으로 쓴 엽서나 편지가 놓여있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손편지나 안부를 전하는 편지 등은 거의 없다고 하니 말이다. 나 역시 편지 받아본 일이 까마득하다. 매년 생일마다 짧게라도 손편지를 써주는 고마운 친구가 아니라면 받을 일이 없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요즘 얼마나 많은가. 문자, 카톡, 메일, 각종 SNS, 메신저들. 명함에 적히는 연락처와 계정은 늘어만 가는데, 늘어나는 연락처만큼 정말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며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요즘 손글씨를 쓰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잘 쓰는 글씨는 아니지만, 오늘은 누군가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대신 편지를 써봐야겠다. 날씨도 딱 맞게 추워졌다. 편지 한 통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덥힐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스파게티를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