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래된 동네 골목에서 발견한 우편함.
녹색 철사줄을 이용해 바구니를 고정시켜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떼다 만 '우편물 도착 안내서' 스티커가 이 바구니의 용도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해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집 풍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빨간색 우체통, 'POST'라고 쓰여있는 그 단순한 디자인이 꽤나 멋있어보였는데, 이런 소박한 우편함도 마음에 들어온다.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멋스러운 풍경, 비싸지도 않고 고급지지도 않지만 작은 바구니 하나를 잘 살려 쓰고 있는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집배원 분들도 이 집에 우편물을 배달할 때는 괜히 한 번 슬며시 웃음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 우편함에는 전단지나 요금 고지서, 대출 안내나 할인 광고지 같은 딱딱한 우편물 대신 손으로 쓴 엽서나 편지가 놓여있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손편지나 안부를 전하는 편지 등은 거의 없다고 하니 말이다. 나 역시 편지 받아본 일이 까마득하다. 매년 생일마다 짧게라도 손편지를 써주는 고마운 친구가 아니라면 받을 일이 없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요즘 얼마나 많은가. 문자, 카톡, 메일, 각종 SNS, 메신저들. 명함에 적히는 연락처와 계정은 늘어만 가는데, 늘어나는 연락처만큼 정말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며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요즘 손글씨를 쓰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잘 쓰는 글씨는 아니지만, 오늘은 누군가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대신 편지를 써봐야겠다. 날씨도 딱 맞게 추워졌다. 편지 한 통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덥힐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