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메이 Oct 14. 2015

만두장 애인


오전 타임으로 내가 일하는 시장통의 만두집 앞에는

땡볕이 내리쪼이는 두 시에서 네 시 사이에

한 여인이 와 있다


부시시한 긴 머리를 한쪽 어깨로 늘어뜨리고

길게 찢어진 눈 새초롬히 뜨고

갖춰 입은 정장에 핸드백까지 매고

그저 하염없이 서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나 하면 다시 나타나있다고


말을 걸어봐도

물을 갖다주어도

굳게 닫힌 입술과 차가운 눈길

오히려 째려보기까지 한다는

꼭 우리 만두집 앞에만 와서 서 있는다는


매일 아침 나에게 육십네개의 만두통을 닦도록 시키는

서른 두살 더벅머리 만두장 아저씨의 애인이라며

홀 아줌마들과 카운터 언니는 장난스레 웃는다


뭔진 몰라도 이곳에서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며

입방아만 무성할 뿐


"만두장 애인 또 왔네!"

호들갑스러운 홀 아줌마의 외침에

또다시 땡볕의 오후가 저물어 가고

나는 교대 준비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파트에는 빨래를 널면 안 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