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낯모를 고장에서 열리는 행사를 앞두고 급하게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먹는 밥은 조금 어색했습니다. 수저부터 챙기고, 식판에 밥과 반찬을 취향껏 담고, 마지막으로 국을 챙겨 자리로 돌아옵니다. 오늘은 제육볶음과 쌈까지 있으니 꽤 호화로운 식단입니다. "그래도 여긴 음식이 잘 나오는 편"이라는 귀띔을 들어서일까요, 낯선 곳에서 머무르다 보니 배가 고파서일까요, 평소보다 밥이 맛있습니다.
어쩌다 먹다 보니 양 조절에 실패할 때가 더러 있는데 오늘은 나름 선방했습니다. 남김없이 다 먹었으니까요.
식판에 담아 먹는 소위 '짬밥'을 썩 좋아하는 편은 이니지만, 구내 식당이 있는 회사에 다니거나 근처에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구내 식당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싸고, 점심 때마다 뭘 먹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겠지요. 빨리 먹는 사람들과 앉으면 10분 남짓이면 식사를 끝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직장인의 점심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학교의 급식 시간과 사회인의 식사 시간은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밥 먹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지는 건 같지만, 그 즐거움은 학창 시절이 훨씬 더 크지요. 아, 아무리 마음껏 많이 먹어도 배가 금방 고파져서 꼭 간식을 먹게 된다는 점도 같군요.
이상한 일이지요. 사실 밥이나 반찬 양으로 따지면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사먹는 양보다 훨씬 많은데 왜 '짬밥'은 먹어도 왠지 헛헛한 걸까요?
예전에 대공장 견학을 갔다가 아저씨들의 점심 시간에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들 사이에 끼어 나름 긴장 상태로 밥을 먹었죠. 그날은 무려! 삼겹살이 나왔습니다. 상추에 마늘에 쌈까지 풍성하더군요. 후식으로 야쿠르트까지 마시고 나니 그날은 왠지 든든했는데 말이죠. 기분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요즘은 식판을 쓰는 집들도 늘어나고 있다죠? 좀더 앙증맞은 사이즈로 색도 디자인도 다양한 식판들을 쓰면 설겆이도 편하고 아이들과 밥 먹기도 좀더 좋다고 하더군요. 집에서 식판에 밥을 담아 먹는 건 또 다른 느낌이겠지요?
갑자기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다란 솥에서 퍼 주는 국 한 그릇과 식판에 가득 담은 밥이 먹고 싶어집니다. 다음주에는 관공서 구내 식당에라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짬밥' 먹으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