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문어치킨을 봤을 때
압도적인 비주얼에 깜짝 놀랐었죠.
먹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 가위로 자르느라 힘들었어요.
눈으로 먹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고 깔깔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그 지역의 명물이라고 들었는데, 어느새 전국구 음식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문어를 보면 소설가 한창훈의 책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서 읽었던 섬소년의 에피소드가 먼저 생각납니다.
바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자신의 아들이 코피를 흘리며 마당에서 다 죽어가고 있었고,
그 곁에는 큼지막한 문어 한 마리가 먹물을 흘리고 있었답니다.
부부가 사는 집은 바다와 붙어있어 그믐때 물이 길 높이까지 차오르는데 그 때 문어 한 마리가 들어온거죠.
아들은 아들대로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고 문어는 문어대로 바다로 나가려고 하다보니
소년과 문어가 얼싸안고 사투를 벌이다가 둘 다 기진맥진해 있었던 겁니다.
아들이 이 문어는 부모님 잡수시라고 잡았다며 절대 내다팔지 말라는 말에 감동하여 부부가 몸보신을 거하게 했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문어를 보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집 마당에 널부러져 있는 문어 한 마리와 지쳐 쓰러진 소년의 풍경이 절로 떠올라 슬며시 웃게 됩니다.
아, 문어라면도 빼놓을 수 없죠.
제주도 00네의 문어라면 말입니다. 지금은 매우 유명해졌지만, 제가 갔을 때만 해도 그곳은 바닷가 옆 한적한 동네가게일 뿐이었습니다.
소설가 윤대녕의 산문집에 등장하는 그곳을 찾아 제주도에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여행책이 아니라서 자세한 정보는 없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을 정도의 정보였죠.
해녀분이 올라와서 "오늘은 이런 게 잡혔다"면서 그물망을 내려놓으면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나와 커다란 고무대야를 꺼내 물을 가득 담고
그날 잡힌 해산물들을 넣어서 상태를 살펴보곤 했습니다.
두분의 대화가 어찌나 찰지던지...
문어라면은 책에서 읽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는데도
지금은 그 라면의 맛보다 그 가게의 풍경 자체가 하나의 그림처럼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문어에 대한 제 기억은 여기까지입니다.
대표적인 보양식이라는 문어, 당신은 드셔보셨나요?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먹었나요?
당신의 기억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