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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Aug 23. 2015

곰돌이 인형은 언제나 진리

당신이 연애 중이든 연애가 처음이든 연애를 끝냈든 상관없이, 누구나 연애를 하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거나 상대방이 해줬으면 하는 뭔가가 한두개쯤 있기 마련이다.


나는 다른 것보다 큰 곰인형을 선물받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몸집만한 커다란 곰인형을 들고 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막상 받은 당사자는 혼자 그 큰 걸 갖고 타는 게 조금은 민망한 표정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만 연인이 함께 탄 경우는 또 얘기가 다르다. 부끄러움은커녕 자랑스러움과 기쁜 마음이 눈에 보일 정도다. 곰인형을 갖고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건 애교 수준, 죄없는 인형을 업었다 내려놨다 앉혔다 난리도 아니다. 탈 때부터 시선 집중인데 내릴 때까지 자꾸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첫술에 배부르랴, 내가 처음 받은 인형은 밤이면 도심 어딘가에 나타나는 노점상 트럭에서 산 귀엽고 앙증맞은 곰돌이었다. 술 한잔 하고 지나가다 "저거 너무 귀엽다"는 말에 넘어가지 않을 연인은 거의 없다. 파는 분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커플의 분위기에 따라 권하는 인형의 종류와 사이즈는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어쨌든 인형을 사서 안고 나면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수밖에!


결론적으로 나 역시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사진의 곰돌이와는 다른, 하얗고 털이 긴 북극곰 같은 곰돌이었다. 정말 커서 업는 거 외에는 운반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같이 있을 땐 괜찮았는데 함께 타고 있던 연인이 내리자 집에 오는 길이 얼마나 멀던지... (기분좋은 건 잠시, 은근 민망했고 무엇보다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곰돌이를 업고 집에 오고 나니 이번에는 놓을 데가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사귈 때는 괜찮았지만 관계가 정리되고 나자 곰돌이는 가뜩이나 좁은 방을 더 좁게 만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희고 긴 털은 세탁하기도 힘들 뿐더러 먼지덩어리여서 늘 타박의 대상이었다. 결국 이사하면서 곰돌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고, 커다란 곰돌이 인형에 대한 내 환상은 깨지고 말았다.


아직도 그 곰돌이 인형이 털이 길지 않고 푸우처럼 노란색이나 갈색 곰이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서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보게 될 때마다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 나에게 그 커다란 곰인형을 선물해줬던 그 사람은 지금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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