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시간은 왜 빨리 갈까?

당신의 시간은 누군가의 시간과 연결돼 있다

by 서사이


요즘 들어 하루가 너무 짧다.
에세이 한 편도 못 쓰고,
소설 수정은 멈춰 있고,
읽기 시작한 《코스모스》는 하루 다섯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다.
어떤 날은 한 줄도 읽지 못한 채 잠이 든다.


일을 쉬면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였는데
시간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달린다.


일을 할 땐

일급, 주급, 월급으로
시간이 돈이 됐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글들을 쏟아냈고 결과물을 남겼다.


덕분에

헛살고 있다는 생각은 덜했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되던

시간의 가치가 사라지자

시간이 공기처럼 흐른다.


잡히지 않고,
보상도 없이.




시간이 너무 빨라
아무것도 못했는데 하루가 훅 지나갔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을 때
숙제를 하던 은콩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재미없는 일을 해봐
수학문제 푸는 거 같이

나는 웃었다.

“수학 숙제할 땐 시간이 참 안가. 그렇지?”
“응. 친구들이랑 놀 땐 3시간이 30분 같거든.”
“노는 건 언제나 재밌지.”

그럼 이모 시간도 빨리 가는 건
재밌어서겠네?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재미?
정말 그런 걸까.
나는 지금 재미있게 살고 있을까.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건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뜻이고,
괴로운 일이 줄었다는 증거이며,
삶을 여전히 즐기고 있다는 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시간은 확실히 짧다.

놀이는 줄고,
책임은 늘어나고,
몸은 느려지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고,
오늘도 쓴다.



그날 밤, 은콩이가 말했다.


“이모는 항상 뭔가 하고 있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루를 허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눈엔 그 하루가 다르게 보였던 모양이다.


나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시간일 수 있다는 거


그러니까

시간이 조금 빨리 간다고 조급해하지 말 것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신의 시간이 누군가의 하루 속에
깊이 들어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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