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에도 취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아이의 얼굴은 그때 그때 다르다.
엄마랑 오래 지낸 날은
유독 엄마를 닮아 보이고
아빠랑 오래 지낸 날엔
아빠가 보인다.
또 가끔 사람들은
나를 닮았다고도 얘기한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닮는다는 건 유전자의 문제만은 아닌 건가.
오래 산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한 공간에서
같이 호흡하며
같은 체온으로 하루를 보낼 때
그 시간이
아이의 얼굴과 말투
표정에 스며드는 것 같다.
아이의 눈빛이 아빠를 닮은 날엔
오늘 아빠랑 신나게 놀았구나 싶고
엄마의 얼굴이 비칠 땐
오늘 엄마 옆에서 많이 웃었나보다, 짐작하게 된다.
닮음은 사랑의 궤적일까.
누군가를 닮는다는 건
어쩌면 그 사람과 마주한 순간들이
행복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을 닮고 싶다고
인간의 무의식이
호감의 텔레파시를 닮음으로 표출하는 건 아닐까.
^우린 얼굴형이 닮았어요^
은콩이의 손을 잡고 나가면
어르신들이 “엄마랑 똑 닮았네” 라며 한마디씩 하신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귀찮아서
굳이 정정하지 않게 되었지만
은콩이는 여전히 신기한지 그때마다 묻는다.
“이모랑 나랑 정말 많이 닮았나봐.”
“좋아하면 닮는 건가봐.”
“그럼 이모는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거네.”
아, 그건 어딘가 탐탁치 않지만
스리슬쩍 넘어가며 되묻는다.
“그럼 다은이는 엄마를 가장 많이 닮았겠네.”
당연한 걸 물었는데
아이가 입을 삐죽삐죽 거리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한다.
“은콩아 왜그래?”
은콩이는 한참을 망설이며 어깨만 들썩였다.
“은콩아 왜?”
“나는, 나는 엄마가 좋은데.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근데 왜?”
“제일 좋으면 엄마 점도 닮는 거야?”
“응?”
“엄마 여기에 난 점도 닮는 거야?”
아이는 자신의 인중을 가리켰다.
이건 비밀인데
은콩이 엄마 인중엔 큰 점이 있다.
“난 거기 난 점은 싫단 말이야. 으앙.”
은콩이는 울었지만
나는 빵 웃음 터지고야 말았다.
닮음에도 취향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