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는 아니지만 예쁜 사람

은콩이의 한마디에 얻게 된 뜻밖의 타이틀

by 서사이

며칠 전, 은콩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 시간에 이런 미션이 나왔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적고, 표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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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굴 써냈게?"
"글쎄. 엄마?"
"아니, 이모.“



쑥스럽기도 하고, 괜히 심장이 콩콩뛰었다.

속으론 좋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왜 엄마라고 쓰지 않고?"

"다들 뻔하게 엄마라고 쓸 거 같아서.“



뻔한 답이 싫어서 한 선택이라지만,

이모 입장에서는... 뭐랄까. 기분이 좋다.

괜히 뭉클하고, 약간은 으쓱한 그런 기분.



"그래서 이모는 뭐? 어떤 사람이라고 썼는데?"
"이모, 근데 화내면 안 돼.“



은콩이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망설이는 얼굴을 보니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너어..., 못생겼다고 썼구나!"
"아니야! 그건 아닌데...“


뭔가 곤란한 부분이 있긴 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 집요하게 물었더니,


"미스코리아는 아닌데 예쁘다, 고 했지.“


뭐지? 칭찬같기는 한데 의문의 1패 같은 기분은?

맞는 말인데, 낯부끄러워지는 이 감정은?


"그러니까 결론은 뭐야? 예쁘다는 거야. 안예쁘다는 거야?"
"예쁘다는 거지.”

“근데?”

“나는 예쁜데. 근데 이모가 미스코리아는 아니니까.”


은콩이왈 -

이모가 미스코리아 만큼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이 이모를 보고

“에이, 아니잖아~”라고 놀릴까 봐

일종의 안전장치를 걸어둔 거란다.


그래, 은콩아 고맙다.


그러니까 '미스코리아는 아니지만 예쁘다'라는 답변은
이모 입장을 배려한

아주 깜찍하고 사려깊은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



나는 '미스코리아는 아니지만 예쁜 사람'이라는 -

모호하지만, 그러나 꽤 마음에 드는 타이틀을 얻었다.


미스코리아.jpeg


세상이 정한 미적 기준에는 못미칠지 몰라도,

아이의 눈에 예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아니, 어쩌면 그 예쁨이 더 귀하고, 영원한 것일지도.


미스코리아 타이틀은 1년이면 끝나지만,

은콩이의 '좋아하는 사람' 명단은 쉽게 갱신되지 않을 테니까.

내 예쁨도 영원히 계속될 테니까.


개인적으론 사실 ‘예쁘다’는 말보다

'매력 있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매력 있다는 말은 외적 아름다움 뿐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모든 아름다움을 총망라한 단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콩이의 ‘예쁘다’는 말은 달랐다.


그건 외모에 붙이는 수식어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바라보는 말이었으니까.


은콩이의 '예쁘다'는

좋아한다는 고백이고,

곁에 있고 싶다는 신호이며,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세상에서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록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이가 깨닫게 해준다.


미스코리아는 아니지만.

그게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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