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우워우 워~ 워워우워우워~
요즘 제 동생이 감정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이지 않을까.
저는 경험해 보지도, 경험할 일도 없는 일이라서
어떤 위로를 건네는 게 좋을지 고민될 때가 많아요.
냉정한 위로는 차갑게 들릴 거고
감정적 위로는 남얘기처럼 들리겠죠.
조심스럽게 선을 지키려 하지만
가끔 대책 없이 눈물을 흘릴 땐 모른 척하는 것 외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조카들과 동생을 데리고
외식을 다녀오던 차 안.
라디오에서 이하이의 '한숨'이 흘러나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순간, 대화가 뚝 끊겼버렸습니다.
동생이 울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죠.
운전대를 잡고 있던
저는 마음이 아팠어요.
가만히 안아줄 수도
조용히 위로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요.
그때
어색한 침묵을 깬 건 은콩이의 목소리.
"엄마. 울어? “
"아니,“
"엄마, 왜 울어? “
"그냥 노래가 좋아서 그래. “
"노래가 좋은 데 왜 울어? “
"안 울고 싶은데 자꾸 눈물이 나네. “
"그럼 이 노래를 불러.“
"응?“
"워우워우어, 워워우워우워. 워우워우워. 워워우워우어~."
뜬금없는 은콩이의 노래에
모두 웃음을 빵 터트렸어요.
혹시 무슨 노래인지 아시겠어요?
은콩이 입에서 흘러나온 건
생각지도 못한 노래의 전주였죠.
2017년생인
은콩이가 절대 알리 없는
아주 옛날 노래요.
혼성듀오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 (1992)라는 곡이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6HrIx68envA&list=RD6HrIx68envA&start_radio=1
은콩이가 어떻게 이 노래를 아냐고요?
요즘 릴스나 쇼츠에
이 노래의 전주가 배경음악으로 심심찮게 나온다네요.
엄마
울 때는 울면
짜증날 땐 짜장면
눈물날 땐
워우워우워, 워워우워우워. 워우워우워. 워워우워우워~
그럼 눈물이 안나올 걸.
은콩이의 엉뚱한 말에 한바탕 더 웃음이 터졌어요.
그런데 진짜로 그 전주를 흥얼거리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한때 뜨거운 유행이었던
때밀이 춤까지 떠오르면서 말이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TV앞에 앉아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를 들었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때밀이 춤을 따라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깔깔깔 웃으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은콩이는
그 노래 제목도, 가수도 몰랐어요.
그저 워우워우~ 하는 그 리듬이
은콩이에겐
슬픈 순간을 웃게 만드는 마법의 소리였던 거죠.
"왜 울어"
"울지 마"
하는 위로보다
기분 좋아지는 노래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죠.
그날 이후,
그 멜로디가 제 입에서 떠나질 않아요.
워우워우워워워우…
한번 웅얼거려 보세요.
정말 신기하게도
기분이 업돼요.
노래 가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죠.
역시 명곡은 영원한 명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