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본질은 단순하다
“이모, 집은 그냥 지으면 돼.”
자기 만의 방이 간절해지는 시기가 있죠.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내 방이 갖고 싶단 열망이 생겼던 거 같아요.
공주침대, 책상 그런 호사스런 가구는 상상할 수 없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독립적인 공간.
손바닥만한 방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내방병이, 은콩이에겐 조금 빨리 찾아왔더라고요.
은콩이에겐 4살 많은 언니가 있어요.
언니에게 방이 생기니, 자신도 방이 갖고 싶었던 거죠.
언젠가 자신의 방을 갖게 될
아이에게 물었어요.
“은콩이는 어떤 방을 갖고 싶은데?”
“이젠 필요없어.”
“역시 아직은 엄마랑 자는 게 좋지?”
“그것도 그렇지만, 집이 생겼거든.”
“집?”
방이 아니라 집이 생겼다고 했어요.
그것도 4층짜리 집이요.
그길로 저는 끌려가듯
은콩이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됐죠.
소파에 나란히 딱 달라붙어 앉아서 말이에요.
은콩이의 집은 까만 터치스크린 너머에 있었어요.
“이걸 정말 은콩이가 지었다고?”
“응! 내가!”
뿌듯해하는 표정만큼이나 정말 멋진 집이었어요.
1층에서 3층까지 벽면이 투명 유리벽으로 된 4층짜리 건물.
성냥갑 아파트에 사는 저로선 그저 꿈꿔왔던 상상 속의 집.
“우와 은콩이 부자네.”
“응, 이 안에 내가 좋아하는 모든게 들어있거든.”
은콩이네 집구경 함께 가보실래요?
1층은 응접실과 세탁실&화장실 그리고 고맙게도 이모인 제 방이 있었어요.
통창을 좋아하는 절 위해 햇볕이 잘드는
ㄱ자 모양의 통창 방을 꾸며봤다는 은콩이.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이
이 방이 이모방이란 걸 말해준대요.
고마워 은콩아.
2층부턴 은콩이의 취향을 살린 은콩이만의 세계
2층엔 은콩이 방과 모래놀이방, 작은 정원, 수영장이 있고
3층엔 놀이터와 캠핑장이 있어요.
집의 콘셉트가 마음에 들면서도
이런 집을 지으려면 얼마나 들까.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속물이모예요.
그런데 왜 4층은 유리벽이 아닐까?
짜자자잔!
4층은 영화관람을 위한 소극장
은콩이는 집에서도 암전상태에서 팝콘을 먹으며 애니메이션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야말로 주인의 취향이 100% 반영된 이상적인 집이죠?
“정말 멋진 집이다.”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이야.”
“하지만 이런 집은 보기엔 좋아도 살기엔 불편해.”
“살아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맞아요.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까요?
“너무 넓어서 청소하기 힘들잖아.”
“하지만 재밌잖아.”
지나치게 현실적인 건 참 재미없는 일이에요.
합리적이란 이유로 지나치게 깊은 생각이 때론 본질을 흐릿하게 만들기도 하죠.
진짜 중요한 본질은 아주 단순한 곳에 있는 데 말이에요.
“은콩이한테 집은 어떤 곳인데?”
“안전한 곳. 즐거운 곳.”
집은 결국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림출처> 로블록스 게임 '그냥 건설하세요'